“120만원 손해 봤습니다”…식당가 엄습하는 ‘노쇼’의 공포

동경민 인턴기자 2025. 4. 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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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에 있는 A 보양식 식당 사장 박아무개씨는 지난 15일 한 주문자로부터 토종닭백숙 20마리를 다음 날 저녁까지 준비해 달라는 포장 예약 주문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김씨네 식당에 주문 전화를 걸었던 동일한 번호로 노쇼 피해를 입은 다른 사장님들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음식점에 예약 주문 또는 포장 주문을 한 후 방문하지 않는 '노쇼'가 연일 소상공인을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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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식산업연구원 실태조사…외식업주 78% ‘노쇼’ 경험
“손님 불편해할까 예약보증금 도입 어려워”

(시사저널=동경민 인턴기자)

4월17일 경기도 양주에 있는 보양식 식당 사장 박아무개씨가 올린 노쇼 피해 사진 ⓒ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경기도 양주에 있는 A 보양식 식당 사장 박아무개씨는 지난 15일 한 주문자로부터 토종닭백숙 20마리를 다음 날 저녁까지 준비해 달라는 포장 예약 주문을 받았다. 주문 금액이 큰 만큼 박씨는 주문자에게 계약금 입금을 부탁했다. 그는 "주문자가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말을 했지만, 다음 날까지 돈을 보내지 않았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박씨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과거에도 입금과 연락이 안 됐어도 제시간에 와서 주문한 음식을 찾아간 손님이 있었기에 실수 없이 (음식을) 잘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회사 법인카드로 결재할 예정이라 선입금을 꺼리는 것일 수 있겠다"고 짐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문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노력은 '노쇼'로 물거품이 됐다. 음식은 모두 폐기됐고 박씨에게 돌아온 건 120만원 상당의 피해였다.

피해를 입은 건 박씨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 있는 B 보양식 식당 사장 김아무개씨도 삼계탕 50개를 다음 날까지 포장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음식을 준비하는 와중에 주문자에게 몇 차례 전화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씨는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방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씨네 식당에 주문 전화를 걸었던 동일한 번호로 노쇼 피해를 입은 다른 사장님들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애써 힘들여 포장한 삼계탕은 노쇼로 인해 75만원의 손해로 돌아왔다. 이들에 따르면 동일한 번호로 경상도에 있는 식당에도 포장 예약 전화가 갔다. 단순 변심이 아닌 악의적인 노쇼인 것이다.

음식점에 예약 주문 또는 포장 주문을 한 후 방문하지 않는 '노쇼'가 연일 소상공인을 괴롭히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주 5명 중 4명 가까이 노쇼를 경험했다. 지난 2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25일부터 약 2주간 외식업주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쇼 관련 실태조사에서 외식업주 78%가 최근 1년 사이 노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쇼는 객단가가 큰 해산물, 한우 등 신선식품을 다루는 매장 일수록 그 타격이 크다. 예약석으로 잡힌 좌석은 다른 손님을 받을 수도 없기에 매장 운영에도 큰 차질을 준다.

노쇼 피해를 입은 외식업주는 고객 감소를 우려해 피해 보상금 청구를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쇼를 경험한 업주 중 피해 보상금을 고객에게 청구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5%에 달한다.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사유로는 '음식점 이미지 손상 우려'가 24%로 가장 많았고 '연락 두절'(20.3%), '동네 장사라서'(17.6%)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예약보증금을 거는 것이 노쇼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모으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손님이 부담스러워할까 우려한 외식업주들이 도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현재 예약보증금을 받고 있다고 답한 외식업주 비율은 9.4%에 불과했다. 향후 예약보증금 받겠다는 대답도 42.7%에 그쳤다. '고객들이 예약보증금 주기를 꺼려서', '손님이 부담스러워해서'가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외식업주는 "(예약보증금제 도입을) 손님들이 나름대로 이해해 주시긴 할 테지만 그래도 기분 나빠할 수 있다. 단골들도 많은데 그분들에게 선뜻 예약보증금 얘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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