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농약 살포기로 불 질러… 층간소음 갈등 때문인 듯

한웅희,이찬희 2025. 4. 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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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범죄로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4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농약 살포기에 기름을 넣고 아파트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변사체와 A씨의 지문이 동일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말까지 불이 난 아파트 3층에 살며 윗집 주민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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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서 60대 방화… 7명 사상
같은날 인근 빌라에도 불 질러
이웃에 시비 걸고 다툼 잦아
유서엔 “어머니 잘 부탁한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가 21일 방화로 시커멓게 그을려 있으며 일부는 창문이 뜯어져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범죄로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1명은 60대 남성 A씨였다. A씨는 ‘농약 살포기’ 모양의 토치로 아파트에 불을 지른 유력 용의자로 파악됐다. 경찰은 범행 전 A씨가 남긴 유서와 CCTV 등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2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7분쯤 봉천동의 21층짜리 아파트 4층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주민 2명이 전신화상 등 중상으로 병원에 후송됐다. 4명은 연기 흡입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 경상을 입었다.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4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오전 9시54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농약 살포기에 기름을 넣고 아파트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변사체와 A씨의 지문이 동일했다”고 밝혔다. 화재 현장으로부터 약 1.4㎞ 떨어진 봉천동 소재 A씨의 주거지에서는 딸에게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을 담은 A씨의 유서와 현금 5만원권 다발이 발견됐다.

유력 용의자인 60대 A씨가 이날 아파트에 불을 지르기 전 '농약 살포기' 모양의 토치로 인근 빌라 앞에서 불을 지르는 모습. 연합뉴스


A씨는 이날 오전 아파트뿐 아니라 인근 빌라에서도 불을 질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화재 발생 13분 전인 오전 8시4분쯤 봉천동의 한 주택가에서 “남성이 화염 방사기를 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방화 목격자 박모(81)씨는 “아침부터 빌라 앞에 이상한 액체를 뿌려대길래 살충을 하나 싶었다”며 “나중에 보니 불을 지르고 오토바이 타고 도망가더라. 오토바이에 기름통 2개가 실려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가 인근 빌라 3채 곳곳에선 쓰레기 더미가 불에 타거나 건물 외벽이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A씨는 빌라에 살면서 다른 주민들과 잦은 다툼이 있었다. 신모(20)씨는 “A씨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하거나 시비를 걸곤 했다”며 “바로 앞 공사장에선 소음 문제로 공사장 책임자와 싸우다가 밀치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말까지 불이 난 아파트 3층에 살며 윗집 주민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에는 아파트 4층 주민과 쌍방폭행 사건까지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지만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A씨는 소음 때문에 경비원들과도 자주 싸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4층은 검게 그을려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였다. 아파트 인근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5층 주민 B씨는 “벽에다가 못 박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바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창문에 내다보니 불이 확 올라와서 바로 계단으로 대피했다. 너무 놀라서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였다”고 했다.

한웅희 이찬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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