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보수 지지율 1위 올라선 한덕수…'반기문 돌풍' 재연할까
범보수 진영 대권주자 선호도 12.6%로 오차범위 밖 1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뚜렷한 1위 없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외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이 눈길을 끈다. 2017년 대선 닷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같은 돌풍을 또 한 번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인데, '한덕수 대망론'이 커지는 만큼 양당 후보들의 견제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대행은 10.6%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46.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주 2% 지지율(한국갤럽)로 여론조사 상에 처음 등장한 이래 일주일 여 만에 2위 자리를 꿰찬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한 대행은 범보수 진영 후보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12.6%로 1위에 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11.4%로 2위를 차지했지만 한 대행에게는 오차범위 내에서 뒤졌다. 앞선 조사에서 2위에 올랐던 김문수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9.6%를 기록, 4위로 밀려났다.
한 대행은 지금까지도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인터뷰에서 "(출마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모호한 태도("No comment")를 이어갔다. 그는 앞서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같은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공식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한 대행의 최근 행보를 두고 사실상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행은 20일 참모진 없이 홀로 서울 강동구의 명성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이 교회는 2022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예배에 참석했던 곳으로, 대선후보들의 '공식 코스'로 여겨진다. 그는 지난 15일엔 광주의 자동차생산업체 기어오토랜드를 방문했고 16일엔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하고 조선업계 관계자와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모두 권한대행의 공식 일정에 없던 행보였다.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면 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4일 전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 경선이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원샷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사자들 의사과 관계 없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까지 아우르는 '반(反)이재명 빅텐트론'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면 당장 대미 관세 협상에서 손을 떼라"며 "당장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내란 수사에나 성실히 응하라"고 촉구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서도 대권 도전의 망상에 빠져있었던 것인가. 대권 욕망에 사로잡혀 본인의 책무를 망각한 것도 모자라, 권한대행 자리를 대권의 수단으로 삼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한 대행이 최종 출마 결심을 굳힐 것이냐를 두고 정치권 의견이 분분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덕수 총리야말로 계엄 사태 한복판에 있는 장본인이다. 상식 선에서 한 총리는 감히 대통령 후보가 될 꿈도 꾸지 말아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지금 주변에서 자꾸 부추기는 사람이 있으니까 행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건데 내가 아는 한 총리는 그렇게 비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다. 출마 결심을 아직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결국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한덕수 출마설'과 관련해 "중립지대에서 후보가 성장해 정당과 단일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계획하는 것은 생동감도 없을 뿐더러 (지켜보는)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그리는 그림은 가능성이 없을 것이고,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국민의힘 밖에서 이준석, 이낙연 후보 등과 합치는 등 본래 의미의 '빅텐트'를 구상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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