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보수 분열 걱정스러운 국민의힘

안재용 기자, 박상곤 기자 2025. 4. 2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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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제22대 총선 당시 자유통일당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금전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이른바 '윤어게인 신당' 창당에 나섰던 배의철·김계리 변호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식사를 하는 등 강성 보수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인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민의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중도 확장을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절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에 반발한 강성 보수 인사들이 세력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전 목사의 출마 등으로 자칫 보수 지지자들의 표가 분산돼 대선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우려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자유통일당 및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개최한 '4·19 광화문 혁명 국민 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의 출마 선언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비판보다는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의 8명 예비후보들이 광화문과 가까이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서 나는 대통령으로 출마할 것"이라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당선시키면 당선시켰지 국민의힘 8명은 절대로 당선시키지 않겠다. 우리의 존재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윤어게인 신당 창당에 나섰던 배의철·김계리 변호사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계리 변호사는 전날 SNS(소셜미디어)에 윤 전 대통령·배의철 변호사와 식사를 함께한 사진을 올렸다. 두 변호사는 지난 17일 윤어게인 신당 창당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대통령께서 '지금은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할 때'라고 하셨다"며 취소한 바 있다. 당장 신당 창당에서 나서지는 않겠지만 언제든 세력화가 가능하다는 경고의 뜻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전 목사의 대선 출마는 국민의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설령 전 목사의 득표력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단 0.7%포인트(P) 차로 승부를 결정지은 만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목사가 참여한 자유통일당은 지난해 열린 22대 총선에서 2.26%를 득표한 바 있다. 득표율 3%를 넘지 못해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만만찮은 영향력을 과시한 셈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금부터 경선 붐을 일으키고 대선을 포기하지 않도록 당의 총력을 끌어모아야 한다"며 "윤석열 신당이 사실이면 악영향이 분명히 있다. 극단적 (보수층)까지 우리 후보에 투표를 하게 해야 하는데 1~2%P 차이면 승패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전 목사 등을 견제하기 위해 우경화할 경우 대선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대통령이 위헌·위법 행위로 탄핵되었음에도 성찰과 반성 없이 전 대통령 편에 서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법치주의에 대한 배신"이라며 "탄핵 정국 당시 전 목사와 보조를 맞추며 극우의 길을 함께했던 나경원, 김문수, 홍준표 (예비후보가) 이제는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할 때다. 만약 여전히 전광훈 목사의 생각을 따르고 그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겠다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을 치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해당 캠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을 출당하거나 탈당 권유를 했을 때 (전 목사가) 출마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전 목사의 출마와 윤어게인 신당 창당 시도 등이 국민의힘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논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일부가 윤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주장하면서 국민의힘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며 "이걸 계기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이) 정리가 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대선 후보 선출 전까지는 이런 논쟁이 좀 필요하다"며 "그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의 길로 갈 것"이라고 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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