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함 통로' 의혹 캄보디아 대운하에 돈 퍼붓는 중국

허경주 2025. 4. 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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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타이만 연안 항구까지 연결하는 운하 건설 사업에 12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운하는 캄보디아 숙원 사업으로, 중국 자본으로 건설된 해군기지와 가까운 까닭에 '중국 군함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운하가 완공되면 중국 군함이 캄보디아 내륙 깊은 곳까지 운항할 수 있는 데다, 추가 군 기지 건설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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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난테코 운하에 1조7000억원 지원
'중국 군사 활동 반경 넓어질라' 우려
지난해 8월 캄보디아 켄달주 타께오에서 열린 푸난테크 대운하 기공식에 캄보디아 국기가 걸려 있다. 타께오=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타이만 연안 항구까지 연결하는 운하 건설 사업에 12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운하는 캄보디아 숙원 사업으로, 중국 자본으로 건설된 해군기지와 가까운 까닭에 ‘중국 군함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캄보디아 국빈 방문(17, 18일) 중 ‘푸난테코 운하’ 자금 지원 계약이 체결됐다고 공개했다. 현지 정부는 “중국 지원으로 최대 3,000재화충량톤(DWT·선박 자체 무게를 제외한 순수한 화물 적재 용량) 선박의 운항이 가능한 내륙·해상 수로를 새롭게 열게 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에 운하 굴착과 선박 통과용 갑문, 항해·물류 인프라 건설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시공을 맡은 중국도로교량공사(CRBC) 모회사 중국교통건설공사(CCCC) 회장 왕 퉁저우는 “이 프로젝트는 캄보디아의 중요한 내륙 수로이자 핵심 교통 인프라로 국가 경제 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가 추진하는 메콩강 푸난테코 운하.

푸난테코 운하가 완공되면 프놈펜에서 남부 케프성 타이만 바다까지 약 180㎞ 길이를 메콩강 지류를 이용해 물길로 잇게 된다. 프놈펜 지역은 그간 메콩강을 통해 연결된 베트남 남부 호찌민 항만에 물류 3분의 1을 의존해 왔는데, 운하가 건설되면 수도가 자국 바다와 수로로 직접 연결돼 대외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운하 건설은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해당하는 17억 달러(약 2조4,000억 원) 비용이 드는 대공사다. 지난해 8월 착공했지만, 반년 만에 자금난 등으로 중단됐다. 그러나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키로 하면서 건설에 다시 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 5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레암 해군 기지에서 열린 현대화 인프라 출범식에서 중국 오성홍기 뒤로 행진하는 캄보디아 해군이 보인다. 시아누크빌=AFP 연합뉴스

중국 자본이 대거 캄보디아에 들어오면서 캄보디아 내 중국 영향력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캄보디아는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자금을 바탕으로 프놈펜에서 서남쪽으로 168㎞ 떨어진 시아누크항 인근에 레암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대함 미사일·헬기 착륙장·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1,300톤급 중국 초계함 두 척을 정박시켜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은 ‘친중 성향’ 캄보디아가 중국 자금을 받아 대운하까지 지을 경우, 중국군이 군사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운하가 완공되면 중국 군함이 캄보디아 내륙 깊은 곳까지 운항할 수 있는 데다, 추가 군 기지 건설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에 맞서는 기지로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운하 깊이가 군함이 다니기에는 너무 얕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은 캄보디아 운하 건설로 경제·안보·군사적 이득이라는 실리를 챙기면서도 주변국과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는 ‘저강도 대응’을 하는 모양새다. 배신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캄보디아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신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미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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