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어깨빵' '푸시업 챌린지' 황당한 대선 주자들의 SNS

홍준표, 이재명 네거티브·기자 꾸짖는 영상…유정복, 시민 부딪치고 사과 대신 권력과시
안철수, 나니가스키·지브리풍 이용한 게시물로 주목…한동훈, 감성적인 사진·영상 위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배우 공유. 사진=김문수 캠프

조기대선을 앞두고 무려 8명이 경선 중인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SNS를 통해 주목을 받으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일부 후보들은 유행하는 밈이나 이미지를 활용해 관심을 모으는 전략을 쓰는 가운데 일부 후보는 '하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햇살로 배웅한다'거나 길가던 시민과 어깨를 부딪친 뒤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 홍준표 후보 인스타그램 갈무리

최근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고 피하는 등 '적대적 언론관'으로 비판을 받아 온 홍준표 후보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질문하는 기자들을 '제압'하는 듯한 분위기로 편집한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홍 후보가 지난 14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뒤 한 기자가 '유승민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묻자 “판을 깨려고 아예 작정을 하세요. 상식적으로 되는 말을 좀 질문하라” 등 기자를 훈계하는 장면을 편집해 올렸다. 썸네일(대표 이미지)에는 “2025 무대홍, 홍준표 vs 기자” 자막을 달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에 대한 게시글도 올렸다. 홍 후보는 18일 TJB대전방송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명태균 게이트 관련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세상에 그런 양아치가 어디 있냐”고 답했는데 이 부분을 강조해 인스타 게시물을 만들었다. 썸네일에서도 홍준표 “이재명 같은 양아치가 어디 있어요?”라고 자막을 달았다.

▲ 홍준표 후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갈무리

그 외에도 '현재 대한민국 정치상황'이란 영상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김어준씨와 매불쇼 등이 국민들을 볼모로 잡고 겁박하고 국민의힘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지만 홍 후보가 이를 제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문재인 전 대통령 북한, 러시아 등이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고 2030 청년들은 유튜브만 보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 유정복 후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안 흔한 정치인의 어깨빵 대처법' 영상 갈무리

유정복 후보는 권위적인 모습을 담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영상을 보면 유 후보와 한 시민이 길을 가다가 서로 어깨가 부딪치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는데 유 후보가 겉옷을 벗어 자신이 '시장 두 번, 국회의원 세 번, 장관 두 번'했다고 알리자 그 시민은 상대가 권력자임을 알아보고 불쾌했던 표정을 풀고 아무렇지 않은 듯 춤을 추며 가던 길을 가는 모습이 이어진다. 행인에게 사과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유 후보는 이 영상을 “안 흔한 정치인의 어깨빵 대처법”이라는 글과 함께 올렸는데 해당 게시글에는 “반대로 인천시민인 거 보고 유정복 정치인이 춤추는 게 보기 좋았을 것 같다. 시민들이 정치인 타이틀 보고 빌빌 기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는 댓글이 달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방문한 장면을 편집해 “하늘도 알아본 일하는 대통령”이란 영상도 올렸다. 유 후보가 지난 14일 국립현충원에 방문해 박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를 할 당시에는 날씨가 좋지 않았다. 영상 자막으로 “궂은 날씨에 촬영도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중략) 참배가 끝나자 갑자기 눈발이 멈추더니, 박 전 대통령이 밝은 햇살로 배웅을 하듯 유 후보와 일행들의 길을 환하게 비춰주고 기나긴 대선 레이스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유 후보”라고 달았다. 박 전 대통령이 하늘에서 유 후보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 유정복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참배하는 장면을 담은 인스타그램 영상 갈무리

김문수 후보는 강한 이미지를 나타내려는 게시글을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 국민의힘에 공식 홍보 영상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김 후보 얼굴을 배우 공유씨 얼굴과 나란히 배치해 논란이 됐다. 김 후보 측은 “얼굴 비율의 보정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이유는 김문수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후보가 가진 진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며, 이는 '오징어 게임 2'에 출연한 배우 공유의 얼굴을 연상시키며 화제성을 일으켰던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가 MBTI 검사를 하는 영상에서는 그가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라고 강조했다. 처음 이 검사를 했는데 김 후보는 ENTJ가 나왔다. ENTJ가 '리더십있는 통솔자, 지도자형'이라면서 “타고난 리더 성향”이라고 해설한다. ENTJ로 나온 유명인 중에 스티브 잡스 등을 거론하면서 “대부분 경영자들이 ENTJ”라는 설명도 나온다.

▲ 김문수 후보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MBTI, 턱걸이, 푸쉬업 관련 영상 갈무리

김 후보는 턱걸이와 푸시업(팔굽혀펴기) 영상도 올렸다. 특히 김문수 캠프(승리캠프)는 지난 18일 <홍준표 예비후보에 '푸쉬업 1분' SNS 챌린지 제안!> 보도자료를 내고 “김 후보는 1분 동안 푸쉬업 70번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강한 체력과 의지를 보였다”며 “홍준표 예비후보에게 동일한 SNS 푸쉬업 1분 챌린지를 제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체력테스트를 넘어 후보의 열정과 경쟁 정신을 유쾌하게 비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김 후보는 최근 홍 후보에게 따라잡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안철수 후보가 올린 '나니가스키'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글에서 누리꾼들이 의견을 공유한 모습

안철수 후보는 지난 16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나니가스키(어떤 게 좋아라는 뜻의 일본어)'를 활용한 영상 <나니가스키? 안철수!>를 올렸다. 20일 기준 유튜브 쇼츠에서는 조회수 17만 회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도 1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나니가스키는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 시리즈의 프로젝트 유닛 '아이스크림'이 요코하마 공연에서 부른 노래 '아이스크림'을 패러디한 것으로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밈 중 하나다. 또한 안 후보는 최근 유행했던 지브리풍 이미지로 '안철수 고난극복 네컷 만화'를 만들어 SNS에 올리고 있다. 현재 다섯 편을 올렸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15일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손팻말을 든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이에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허위조작정보감시단은 지난 16일 “단순한 게시를 넘어 일베 콘텐츠의 공식적 활용 정황이 드러났다”며 나 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극우 커뮤니티 일베에서는 대장동 사건 수사를 받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 주변 인물들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영화 '신세계'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시신을 유기할 때 사용한 '드럼통'을 활용해 이 후보를 악마화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주로 지지자들과 함께하는 모습이나 후보자가 여러 지역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을 감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으로 SNS에 올리고 있다.

▲ 한동훈 후보 인스타그램 게시글

한편 지난 19일과 20일 토론회를 진행한 국민의힘은 오는 21~22일 여론조사를 거쳐 22일 1차 컷오프(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 통과자 4명을 발표한다. 현재는 김문수, 안철수, 양향자, 유정복, 나경원, 이철우, 한동훈, 홍준표 등 8명이 경쟁하고 있다. 4명으로 압축된 후보들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와 당원 투표 50% 방식으로 2차 경선을 통해 2명으로 추려진다. 2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3차 결선은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