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진 것도 속상한데…강원 서포터의 ‘반전 피날레’
“잘있어요 잘있어요, 그 한마디였었네. 잘가세요 잘가세요, 인사만 했었네.”
지난 19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는 승리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 노래는 홈팀 울산 HD 서포터스가 아닌, 적지에서 울산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강원 FC 서포터스가 부르는 것이었다.
이 노래는 울산 서포터스가 승리한 뒤 득의양양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승리의 찬가. 그걸 강원 서포터스가 불렀으니 울산 서포터스로서는 경기에서 진 것보다 더 큰 수모와 굴욕이었다.
K리그1 울산-강원전. 경기 전 감독 인터뷰만 들어도 경기 결과는 뻔해 보였다. 울산 김판곤 감독은 여유롭게 “우리 라인업이 아주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반면 강원 정경호 감독은 “울산이 우리를 두드려 패겠다는 의지가 명단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승부는 예상을 빗나갔다. 강원이 전반 16분 김강국의 프로 1부리그 데뷔골, 후반 1분 수비수 신민하의 프로 첫 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정 감독은 “우리가 두들겨 맞으러만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투혼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화려한 선발 멤버, 다른 팀에서는 무조건 주전으로 뛸 만한 믿음직한 조커들이 즐비한 울산은 전반 인저리 타임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은 게 전부였다. 슈팅수 17-6, 유효 슈팅수 11-4 등 압도적인 내용은 위로가 될 수 없었다. 울산 서포터스는 경기 직후 “김판곤 나와”라고 외쳤다. 서포터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하라는 압박. 지난시즌 중반 지휘봉을 잡고 우승하면서 찬사를 받은 김 감독에게는 엄청 충격적이었다. 울산 서포터스의 분노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였다.
포항 스틸러스 서포터스는 경기에서 이기면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를 부른다. “수평선까지 달려나가는 돛을 높이 올리자 거친 바다를 달려라 영일만 친구야 영일만 친구야 영일만 친구야”라는 마지막 가사는 포항 선수단을 칭찬하는 동시에 패한 상대를 비꼬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광주FC가 부르는 승리의 찬가는 김수희 히트곡 ‘남행열차’다.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는 가사는 패한 팀에게는 큰 아픔이다.
프로축구계 관계자는 “요즘 원정팀이 승리할 경우, 원정 서포터스가 홈팀 응원가를 부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며 “워낙 유명한 노래니까 따라부르기 편하다. 무엇보다 홈팀에게 통쾌한 굴욕감을 주는 데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울산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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