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나이프' 박은빈을 있게 한 성장들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5. 4. 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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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나이프 박은빈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순간, 스스로의 성장도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박은빈이성장은 캐릭터로 대변되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순간들이었다.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믿고 보는 배우’ 박은빈을 있게 한 동력이었다.

지난 9일 종영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로, 박은빈은 극 중 셰도우 닥터 세옥을 연기했다.

박은빈이 ‘하이퍼나이프’에 출연한 이유는 모두의 예상 밖이었다. 선한 캐릭터들을 주로 했던 탓에 이미지 탈피를 위한 도전이었을 것이라 으레 생각했다. 그러나 박은빈에게 ‘하이퍼나이프’는 도전이 아니라 시도였다. 박은빈은 “저는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성격인 것 같다.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하는 것이 재미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면서 “이 작품으로 저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평가가 감사하기는 하지만, 이미지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단순히 안 해봤던 것을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단다. 무엇보다 의사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세옥 역할에 자신을 떠올려준 제작자들에게 큰 흥미를 느꼈다고. 또한 직접 대본을 읽어보니 그다지 어려운 도전은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세옥을 준비하는 과정도 우리가 예상했던 경로가 아니었다. 먼저 박은빈은 세옥뿐만 아니라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들 모두 자신과 별개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했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타자화하는 것이 캐릭터와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단다. 박은빈은 “저와의 공통점이나 차별점을 생각하기보다는 저는 늘 캐릭터를 이 세상에 잘 소개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라고 했다.


박은빈은 세옥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소개하기 싫었단다. 사이코패스에도 여러 스펙트럼이 있듯이, 박은빈은 범주를 넓혀서 세옥을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참고문헌까지 들여다보며 세옥과 친해지기 위해 나름의 시간도 보냈다. 이는 심리학과를 전공한 박은빈만의 방법이었다.

그는 “제가 공부했었던 진단 기준들이 있지 않나. 실제 기준들이나 체계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런 특성을 참고하는 게 좀 더 인물을 다층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캐릭터를 표현할 때 제가 배운 것들을 근거 삼아서 하려고 했다. 단순히 사이코패스라고 국한 지어서 생각을 하면 감상에 방해가 될까 봐 저만의 방식으로는 여러 특성들을 나열을 했었다. 그렇지만 시청자 분들이 어렵지 않게 제가 표현한 부분들을 잘 느껴주셨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보낸 박은빈이 내린 결론은 독선적이고 양심은 결여돼 있고, 충동 조절도 못하는 세옥의 비정상적인 면면들이 ‘하이퍼나이프’를 이끄는 동력이라는 점이다. 그 부분들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했다. 그래서 박은빈이 선택한 방법은 세옥의 인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물론 세옥이 사랑받기를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세옥의 악행을 미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세옥이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 세심하게 신경 쓰며, 기를 쓰고 연기했다는 박은빈이다.

그래서일까. 세옥의 감정선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살인이나 수술을 위해서라면 범법도 서슴지 않는 ‘행동’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행동을 촉발시킨 감정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덕희로 인해 수술방에 쫓겨났음에도 뇌와 수술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 셰도우닥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뇌를 수술해 달라는 덕희의 부탁을 처음에는 철저히 무시하다가, 막상 덕희의 병세를 제대로 알고 난 뒤에는 수술을 하려는 마음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박은빈에게 소개받은 세옥의 감정선을 체감하며, 과감하게 생략된 설정들과 이면들을 스스로 분석하는 일이 ‘하이퍼나이프’를 완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평범하지 않은 사제관계를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며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찾아 비교해 보는 일도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기도 했다.

박은빈이 세옥을 자신의 생각대로 우리에게 잘 소개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덕희를 연기한 설경구가 있다. 박은빈은 “세옥과 덕희의 관계성 자체가 평범하지 않은 사제 관계이다 보니까 우리가 같이 역동하는 감정들도 그냥 상식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는 방향성이 선배님과 같았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은빈은 세옥과 덕희의 치열한 심리전을 시청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잘 전달하자는 목표점이 설경구와 같아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박은빈에게 직접 세옥과 ‘하이퍼나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품에 대한 감상이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꼈던 부분 중 많은 부분이 박은빈의 의도였다는 것을 알고는 내심 놀라기도 했다.

무엇보다 박은빈에 대한 편견들이 깨져나가는 순간들은 기분 좋은 낯섦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순하고 모범생 같은 줄만 알았더니,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강단이 있었다. 때로는 이것저것 시도하며 자신의 영역을 과감하게 넓혀갈 줄도 아는 대담함도 있었다.

대충 설명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잘못된 사실을 전할까 봐 미리 답변을 준비하는 철두철미한 준비성도 보였다. 그러면서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피나는 노력을 하는 사람도 아니라며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자신의 일면을 솔직하게 내보일 줄도 알았다.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자신의 성장도 함께 일궈냈다고 생각한다는 박은빈이다. 비단 박은빈의 성장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도 박은빈이 소개해준 캐릭터들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박은빈이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를 소개해줄지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디즈니+]

하이퍼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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