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개…"메인스트림 파워트레인으로 확장"

정진주 2025. 4.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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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경험 이식한 신기술 탑재…효율·성능 두 마리 토끼
P1+P2 병렬형 구조 적용, 전동화 과도기 시장 정조준
미국 투자·전기차 캐즘 속 하이브리드로 수익성 방어 포석
한동희 현대차그룹 전동화개발담당 부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소재 ‘크레스트 72’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테크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를 더 이상 친환경에 국한된 선택지가 아니라 전기차·가솔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인스트림 파워트레인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전동화 시장의 과도기에서 하이브리드를 단순한 '전기차로 가는 다리'가 아닌 글로벌 시장의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한동희 현대차그룹 전동화개발담당 부사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소재 ‘크레스트 72’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테크 데이’에서 “저희 선배들께서 지난 40년 동안 일궈온 독자 인증화와 변속기 기술, 또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세계 최고의 전기차 기술까지 현대차그룹의 모든 파워트레인 기술력이 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모두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은 ‘동력과 효율의 완벽한 조화, 하이브리드 그 이상의 전동화 경험’이라는 콘셉트 아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했다.

강동훈 현대차그룹 제품권역전략팀 파트장은 “하이브리드가 더 이상 친환경 파워트레인에 국한되지 않고 메인 볼륨 파워트레인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동화 전환기라는 현재 시장 환경에 최적화된 프로젝트로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스템의 핵심은 새롭게 설계된 ‘P1+P2 병렬형 구조’다. 기존에는 구동 및 회생 제동을 담당하는 P2 모터만으로 시스템을 운영했으나 여기에 시동과 발전, 구동력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P1 모터를 추가하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과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 P1 모터는 엔진에 직접 연결돼 기존 P0 방식 대비 마찰 손실을 줄이고 주행 상황에 맞춰 P2 모터와 함께 차량 구동력을 보조하며 동력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구조를 바탕으로 첫 번째 차세대 파워트레인으로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했다. 기존 2.5 터보 엔진을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최적화하면서 설계와 제어 기술을 고도화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메인 벨트, 알터네이터 등 불필요한 부품을 제거하고 엔진 내 연소 사이클을 최적화하는 과팽창 사이클을 적용해 연소 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기준 최고 출력 334마력, 연비 14.1km/ℓ로 동급 가솔린 모델 대비 연비는 약 45%, 출력은 약 19% 향상된 성능을 구현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조도.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전기차에서 경험할 수 있던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이식했다는 것이다.

전기차처럼 차량 내 전력을 활용해 주행 중 정차 시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테이 모드, 외부 전력 공급이 가능한 V2L(Vehicle to Load) 기능,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e-Handling과 승차감을 개선하는 e-Ride 등 다양한 전동화 특화 기술을 도입했다. 단순히 동력계 효율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이브리드에서도 전기차급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테크데이에서 공개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미국 시장에서 직면한 관세 리스크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상황에 대응해 2028년까지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며 현지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의 공장을 통해 연간 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본격적인 효과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이른바 '전기차 캐즘' 현상도 맞물리면서, 하이브리드가 당분간 그룹 수익성을 방어하는 핵심 카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부터 대형 SUV,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순차적으로 적용하며 하이브리드 풀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차세대 시스템을 병행 운영하면서 차종별, 지역별 맞춤형 전동화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동희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엔진·변속기 및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에 적용된 전동화 기술력을 집약해 혁신적인 신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전기차 전환기에 전동화 기술력을 적극 활용한 혁신적인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환경친화적이고 우수한 성능의 차량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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