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죽인 열두 살의 작은 선의, 다른 개의 목숨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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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가을이가 우울증에 걸려 죽은 줄 안다. (...) 아니 내가 죽였다."
동화 '내가 네게 한 일'은 열두 살 지만이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한다.
최가을의 최 자만 들어도 움찔 놀라던 지만이는 집에 돌아오면 두 살짜리 반려견 백두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지워지지 않는 가을이의 그림자를 안고 지내던 지만이는 어느 날 가을이를 똑닮은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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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 '내가 네게 한 일'
“엄마 아빠는 가을이가 우울증에 걸려 죽은 줄 안다. (...) 아니 내가 죽였다.”
동화 ‘내가 네게 한 일’은 열두 살 지만이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한다. 지만이는 왜 자신이 반려견 가을이를 ‘죽였다’고 했을까. 일은 3년 전에 시작됐다. 지만이는 아홉 살 때 같은 반이었던 최가을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최가을은 지만이를 김치만두라고 놀렸고, 가끔 꼬집고 때리기도 했다. 최가을은 반에서 키가 제일 컸고, 공부도 잘했다.
최가을의 최 자만 들어도 움찔 놀라던 지만이는 집에 돌아오면 두 살짜리 반려견 백두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백두에게 “최가을! 최가을!”이라고 분풀이를 하면서. 그때부터 백두의 이름은 가을이가 됐다. 최가을에게 시달릴수록 지만이의 발길질도 거세졌다. 최가을의 전학으로 괴롭힘에서 벗어난 후에도 지만이는 가을이를 괴롭혔다. 기분이 나쁘면 나빠서, 좋으면 좋아서 가을이를 걷어찼다. 어느 날부터 가을이는 집에서 나오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다. 우울증을 진단받은 가을이는 끝내 모든 걸 거부하다 굶어 죽었다. 작고 약한 쪽으로 흐른 폭력의 고리가 결국 한 생명을 앗았다.
지워지지 않는 가을이의 그림자를 안고 지내던 지만이는 어느 날 가을이를 똑닮은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한다. 집에 불이 나 다리가 다친 데다 주인이 입원해 홀로 방치돼 있었다. 모두가 강아지를 내버려두라고 했지만, 지만이는 다른 선택을 한다.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작은 선의였지만, 그 작은 행동이 연약한 생명을 살린다.
‘편의점’ ‘겨울 책’ 등을 쓴 이영아 작가가 썼고,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 등의 정유진 작가가 그렸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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