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변한 이정후, MLB 타격왕 가능성은[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5. 4. 19.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연일 맹타를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부진과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미국 매체 ESPN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중견수 이정후가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차지하고 MVP 투표에서 5위안에 들 것"이라며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정후는 정말 메이저리그 타격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올 시즌 이정후의 활약상과 타격왕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이정후. ⓒAFPBBNews = News1

2024시즌 소중한 경험, 관건은 배럴타구

이정후는 2024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무려 6년 1억1300만달러 계약을 따냈다. 아시아 역대 야수 포스팅 최대금액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타석도 서지 못한 채 KBO리그에서만 7년간 활약한 이정후에게 거액을 안겼다.

믿음의 원천은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이었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7시즌을 보내며 통산 타율 0.340을 작성했고 2022시즌 삼진 비율 5.1%, 2023시즌 삼진 비율 5.9%를 기록했다. 90%를 상회하는 콘택트율을 매 시즌 보여줬다.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에 비해 하위리그더라도 믿기 어려운 수치였다.

이정후는 2024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콘택트율 91.5%를 작성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최상위권 콘택트율이었다. 지명타자로 지난해 내셔널리그 최초 MVP를 수상한 오타니 쇼헤이의 2024시즌 콘택트율이 73.6%였다. 이정후의 수치가 오타니보다 무려 17.9% 높았다.

하지만 이정후의 2024시즌 타율은 0.262였다. 오타니가 타율 0.310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에선 공을 잘 맞춘다고 반드시 타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야수들의 수비범위가 KBO리그보다 훨씬 넓기에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빠르고 날카로운 타구가 필요했다.

이정후는 2025시즌 달라졌다. 콘택트율은 낮아졌지만 스윗스팟(타구 발사 각도가 8~32도 사이에서 형성된 타구) 비율을 약 1.5배 올렸다. 이를 통해 배럴타구(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 발사각 26~30도를 충족하는 타구) 비율까지 약 2배 높였다. 결국 이정후는 18일까지 올 시즌 타율 0.348(69타수 24안타)을 기록 중이다.

▶이정후의 2024시즌, 2025시즌 주요 타격 지표

2024시즌 콘택율 91.5% 스윗스팟 비율 29.1% 배럴타구 비율 4.5%
2025시즌 콘택율 83.9% 스위스팟 비율 44.8% 배럴타구 비율 8.6%

이정후. ⓒAFPBBNews = News1

배트스피드 약점, 변화구 공략으로 풀었다

이정후는 여전히 배트 스피드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2024시즌 배트스피드는 시속 70.6마일로, 메이저리그 평균 71.5마일보다 낮았다. 2025시즌에는 68.5마일로 더 떨어졌다. 이는 스윙 길이가 2024년 7.4인치에서 올해 7.7인치로 길어진 탓이다. 그 결과 포심 패스트볼 타율은 2024년 0.259에서 올해 0.136으로 하락했다. 배트스피드가 느려지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러한 약점을 변화구 공략을 통해 극복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변화구를 경험한 이정후는 올 시즌 슬라이더 타율 0.333, 체인지업 타율 0.400, 커브 타율 0.400, 스플리터 타율 0.400을 기록 중이다. 특히 스위퍼 타율은 지난해 0.250에서 올 시즌 0.600까지 상승했다. 변화구 공략과 관련해서는 메이저리그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제 빅리그 투수들은 이정후에게 집중적으로 패스트볼을 던질 것이다.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할 뿐, 싱커와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엔 각각 타율 0.455, 333으로 강점을 나타냈다. 많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포심 대신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는 추세다. 이정후의 포심 약점은 작은 흠집 정도로 그칠 수 있다.

이정후. ⓒAFPBBNews = News1

타격왕 가능한가, MLB는 3할타자 멸종 시대

그렇다면 이정후의 타격왕 등극은 가능할까. 일단 아직 시즌 극초반이기에 이정후의 현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정후는 아직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치러본 적이 없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중도에 낙마했다. 올 시즌 중,후반 체력 문제를 보이며 타율이 급락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보다 18경기나 더 많이 치르고 원정 거리도 멀기 때문이다. 과거 수많은 일본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시즌 중,후반 타율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타격 기술은 부족하지 않다. 포심 외에는 어떤 구종에도 약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컨택트율이 2024시즌보다 떨어졌지만 리그 최상위권 수준이고 배럴타구도 리그 평균을 상회한다. 이정후는 기술적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이정후의 초점도 높은 타율에 맞춰져 있다.

반면 최근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트렌드는 타율보다 홈런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15개팀)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3명에 불과했다. 3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는 10명이었다. 지난해 KBO리그(10개팀)에선 3할 타자가 23명이었다. 30홈런 이상을 터뜨린 선수는 7명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타자들이 홈런을 바라보는 만큼 타격왕의 기준선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지난해 타격왕인 루이스 아라에즈의 타율은 0.314였다. 현지에선 조만간 '3할타자 멸종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 이정후가 체력 문제만 극복한다면 3할 이상 타율 유지가 가능하고, 그 자체로도 타격왕 도전이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다.

이정후. ⓒAFPBBNews = News1

KBO리그에서 통산타율 0.340을 작성한 이정후.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에서 보여줬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MLB 타격왕 이정후'는 꿈이 아닌 달성 가능한 과제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