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완전한 연금개혁’ 원했던 尹, 첫 타결 직전 반대…‘세대 착취론’은 野 탓”

강윤서 기자·이강산 인턴기자 2025. 4.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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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금·개헌 주도’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밝힌 ‘국민 통합’ 대책
“尹, 21대 국회에서 끝까지 ‘자동조정정치 도입’ 요구…野 압박할 여론전 원했다”
“‘反이재명 빅텐트’ 넘어 ‘국민 통합 빅텐트’ 필요…‘중도’로 지지층 끌어와야”
“우원식, 李 한 마디에 ‘대선·개헌 동시 투표’ 철회…당 차원 ‘개헌 공약’ 만들 것”

(시사저널=강윤서 기자·이강산 인턴기자)

"지금 한국 정치가 망한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에게 있다."

국민의힘 최다선(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8년 만에 다시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이 펼쳐진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1987년 체제에서 멈춰선 개헌 추진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했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타협 없는 힘겨루기가 정권 내내 반복되다가 임기가 끝나면 정치보복이 되풀이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주 부의장은 4월16일 국회 본청에서 진행된 시사저널 인터뷰 내내 '국민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반복하며, 그 방법론으로 '개헌 추진'과 '정권 재창출'을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최근 18년 만에 통과된 국민연금 개혁안이 21대 국회 때도 타결 직전까지 도달했다가 끝내 무산됐던 비화도 밝혔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국회 연금개혁특위원장을 맡아 연금 개혁 협상을 이끌었는데, 21대 국회 임기 막판에 이번 연금 개혁안과 매우 유사한 수준의 협상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설득해 타협 의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 반대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결국 22대 국회에서 다시 협상이 진행됐고,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가 돼서야 연금 개혁안은 통과됐다.

ⓒ시사저널 박은숙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했던 연금 개혁안이 윤 전 대통령에 의해 무산됐다는 건 처음 밝혀지는 사실이다. 윤 전 대통령은 왜 반대했나.

"당시 용산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안을 받고 나서 '노(NO)'라고 강력히 거부했다. '완전한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설정한 소득대체율인 40%를 그대로 유지하고, 자동조정장치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윤 전 대통령을 설득했나.

"당연히 설득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그건 너무 이상적이다. 거대 야당이 동의를 안 해줄 것이다' '20년 가까이 막혀 있는 개혁인데 완전할 순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다'고 계속 설득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완강했다. 심지어 22대 국회가 들어서면 본인이 저와 함께 언론사를 찾아다니며 '왜 정부안으로 연금 개혁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자' '민주당이 반대해도 여론으로 돌파하자'라고까지 말했다."

이번에 통과된 연금 개혁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27년간 못 올린 보험료율을 올린 건 긍정적이다. 그러나 만족스럽진 않다. 국민의힘이 원하던 소득대체율을 일부 받아냈지만 결국 자동조정장치를 내줬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연금 개악'이라면서 불만을 토로하는데, 이는 자동조정정치가 도입되면 대부분 해결된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착취한다'고 하는데, 기성세대가 아니라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반대하는 민주당이 착취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민주당에 분노해야 한다."

조기 대선이 코앞이다. 탄핵 찬반 입장 차이가 큰 국민의힘에 필요한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 번째 원칙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도 확장'이다. 지금 국민 여론 과반이 정권 교체와 탄핵에 찬성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 두 원칙을 따라가야 한다. 여기서 꼭 주의할 점이 있다. 급격한 변침은 기존 지지자들을 소원하게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당 선거기구가 완급 조절을 통해 스탠스(stance·입장)를 잘 조정해 나가야 한다. 결과적으로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층과 찬성하는 중도층을 모두 이끌고 갈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캠페인이 필요하다."

'정교한 캠페인'이라면.

"윤 전 대통령이 '잘했다' '못했다' 양측 민심 중 어느 한쪽도 등을 돌리지 않도록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선거 전략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다. ①우리 지지자 중심으로 단결하고 중도를 끌어오는 방법 ②당 좌표를 중도로 옮기면서 지지자를 같이 끌고 가는 방법. 중도 민심을 강성 지지층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선거 승리를 위해선 ②번이 더 유리하다."

'반(反)이재명 빅텐트'의 필요성은 어떻게 보나.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이를 단순히 '반명 연대'로 보고 다뤄선 안 된다. 더 넓혀서 '국민 통합'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처럼 정치적 스탠스를 달리했던 모든 정치인이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모이고 힘을 합치는 것이야말로 '협치'이자 '통합'이다."

당내 확산하는 '한덕수 차출론'에 대한 입장은.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방법이 졸속이거나 민심과 동떨어지면 되레 부작용이 난다. '한덕수 출마론'이 급부상한 이유는 '이재명 포비아' 때문이다. 지금껏 민주당이 입법권력을 쥐고 행정부를 과도하게 공격했는데, 대통령 권력과 행정권력까지 독점하면 그 폭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다. 국민들이 이런 위험성을 잘 인지하면 좋겠다. 이를 방지하려면 정권 재창출이 답이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추진을 제안했다가 곧 철회했다.

"우 의장이 4월4일 부르더니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이 대표가 동의를 안 하는데 어떻게 만드나'라고 물었고, 우 의장은 '그 동의도 안 챙겨봤겠나'라며 민주당과 합의가 잘됐다고 자신했다. 이후 주변에 확인해 보니 실제 '이재명의 오케이'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후 우 의장이 '동시투표'를 제안했다. 오랜 기간 개헌을 주장해온 저로선 첫 단추가 끼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왜 뒤집혔나.

"며칠 후 우 의장이 돌연 입장을 철회했다.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입맛만 쩝쩝 다시더라. 우 의장의 입장 변화를 두고 2개의 해석이 있다. 하나는 민주당 내부의 반발 때문에 이 대표의 입장이 선회해 우 의장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먼저다. 다른 하나는 당초 이 대표가 입장 번복 계획까지 짜놓고 '개헌 반대'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전략적 꼼수를 썼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은 5대 개헌안을 발표했다. 가장 시급한 쟁점은 무엇인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 개선이 급선무다. 다음 우선순위는 대통령 권한을 총리에게 분배해 약화시키는 것이다. 각 개헌안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①제왕적 대통령 권한 축소(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 도입, 국무회의 의결기구화, 지방분권 확대 등) ②대통령 4년 중임제(빠르면 이번 대선, 늦어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시행) ③대법관·헌법재판관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추천위원회 법정기구화, 국회 3분의 2 동의) ④국회 개혁(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국민입법제·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⑤헌법 개정 절차 연성화 등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말한다. 개헌특위 차원에서 이를 당의 공약으로 연대할 가능성은.

"개헌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상세한 쟁점을 하나하나 (대선 전까지) 협상하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큰 틀에서 당 공약 흐름과 맞으면 방향을 맞춰갈 것이다. 예컨대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 4년 중임제를 제시했고, 상당 부분 공감하는 내용이기에 당에서도 수렴해 제시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개헌특위는 2주마다 전문가 중심으로 활발히 토론을 진행 중이고 개헌 관련 당 공약도 고안 중이다. 특위는 대선 기간 내내 개헌 계획을 발표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지금껏 개헌이 매번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보나.

"'대통령과 야당'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이 자기 권력에 누수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반대하고, 정권 말기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해진 잠룡이 미래권력 독점을 위해 반대한다. 100여 개에 달하는 쟁점을 한꺼번에 다 다루려고 하니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한국 정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인 '권력구조' 개헌부터 단계적으로 논의하고, 나머지는 차근차근 다루면 물꼬를 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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