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교도소 빌려준 엘살바도르 대통령, 트럼프와 ‘화기애애’
美서 85억원 받고 불법이민 추방자 수백명 수용
트럼프 “멋진 대통령과 함께 일하게 돼 감사” 극찬
트럼프 대통령은 엘살바도르가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체류자를 수용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환상적인 일을 했다”고 칭찬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남미 갱단 조직원으로 지목된 불법 이주민을 수백 명을 대거 엘살바도르로 추방하자,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600만 달러(약 85억 원)를 받고 이들을 악명 높은 교도소인 ‘테러범 수용센터’(CECOT)에 수용했다. 미국의 ‘교도소 아웃소싱(외주화)’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취임 후 군대까지 동원해 강경한 범죄조직 소탕에 나서며 주목받았다. 그가 2022년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마노 두라(mano dura·철권 통치)’ 작전을 시작한 뒤 엘살바도르 전체 갱단원의 4분에 3에 이르는 약 8만 명이 교도소에 수감됐다.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컸지만 한때 ‘세계 최악’이었던 엘살바도르의 치안을 빠르게 안정시키며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주요 정책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 불법 이민의 95%가 감소했는데 왜 그 수치가 언론에 나오지 않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성향 방송사인) CNN은 우리나라를 싫어하기 때문에 좋은 수치를 내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호응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운동경기 참여를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네는 남성이 여성부 경기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냐”고 묻자 부클레 대통령은 “그건 폭력”이라고 했다. 또 엘살바도르 내각 구성원 상당수가 여성인 것을 언급하며 “모두 각자의 능력으로 장관직에까지 오른 사람들”이라며 “절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에 따른 채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향해 “엘살바도르 국민은 멋진 대통령이 있다”, “매우 젊었을 때부터 알았는데 (아직도) 10대처럼 보인다”라는 덕담도 건넸다.
CNN 소속의 케이틀린 콜린스 기자가 ‘행정 오류로 부당하게 추방된 일부 이민자를 연방대법원이 판결한 대로 미국에 돌려보낼 것이냐’고 질문하자 부클레 대통령이 “얼토당토않은 질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떻게 내가 테러리스트를 미국으로 밀입국시키느냐”라며 “내겐 그럴 권한이 없다”라고 면박을 줬다. 해당 질문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CNN은 늘 틀리기 때문에 먼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 대신 해당 질문에 대답한 본디 장관은 “엘살바도르가 송환을 원한다면 미국은 도울 것, 즉 비행기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불법 이민자이기 때문에 이건 엘살바도르에 달린 문제지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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