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초기, 환각 겪기 전 ‘이 증상’부터 나타나…왜?

망상 일으키는 예측 오류 쌓여 환각 유발

정신병 환자들은 현실과의 연결이 끊어져 망상과 환각을 겪는 경우가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신병 환자들은 현실과의 연결이 끊어져 망상과 환각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정신병 초기에는 환각이 망상적 사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망상은 명백히 모순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기괴한 믿음이다. 반면, 환각은 실제로 환경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생물 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정신병 초기 단계에 망상이 환각보다 먼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세 개의 대규모 코호트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중 두 개의 데이터 세트는 정신병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개인들로 구성된 북미 전구증상 종단 연구(North American Prodrome Longitudinal Study)에서 추출됐다. 세 번째 데이터 세트는 몬트리올에 있는 정신병 예방 프로그램에서 추출됐고, 여기에는 첫 번째 정신병 발병을 경험한 참가자가 포함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증상의 심각도, 증상 시작 시기, 증상 발생 빈도 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세 가지 데이터 세트 모두에서 참가자들은 대부분 초기 망상과 환각을 모두 경험했다. 그러나 한 가지 증상만 보이는 사람들 중에서는 망상이 더 흔했다. 두 가지 증상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은 환각보다 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는 계산신경과학에 기반한 정신의학의 새로운 이론들과 일치한다"며 "이러한 이론들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배우는 방식의 혼란으로 인해 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은 '예측 처리'라고 알려진 것에 집중돼 있다. 사람이 세상에 대한 자신의 기대와 맞지 않는 경험을 할 때, 뇌는 자신의 기대를 수정하고 학습하게 된다. 연구 저자인 앨버트 파워스 박사는 "세상에 대한 예측이 어긋나면 뇌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새로운 믿음을 형성하거나 현재 믿음을 업데이트하라는 명령을 받는다"라며 "이것은 우리가 세상을 따라잡고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측과 예측의 오류가 그 과정을 주도한다"라고 말했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 중 하나에 기능 장애가 생기면 대뇌 피질이 과도하게 흥분하게 돼 체계에 잡음이 유입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새로운 세상 상황이 아닌 이러한 잡음과 관련된 예측 오류를 통해 부적절한 학습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 믿음이나 망상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망상 형성을 유발하는 소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뇌가 새로운 정보를 불신하게 만들어 환각을 유발할 수 있다. 망상은 미묘하게 시작돼 점차 커지는 의심이나 불안감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환각은 처음에는 고조된 감각이나 잡음 등 불분명한 속삭임과 같은 모호한 소리로 나타날 수 있으며, 결국에는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느린 진행은 결국 초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 중 약 20%에게 정신병이 발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박주현 기자 (sabina@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