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창원 거리 두 도시, 촘촘한 철도망 타고 32만 명 통근

베를린=신심범 기자 2025. 4. 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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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중교통이 갈 길 독일 정책서 배운다 <3> 독일티켓과 초광역생활권

- 베를린서 36㎞ 브란덴부르크
- 수도권 비싼 집값 대안 부상
- 양 도시 교통조합 만들어 협력

- 기차·광역전철 日 71편 운행
- 철도 덕 경제·지리적 생활권

- 부울경 복선전철 추진하지만
- 광역교통 논의할 조직도 없어

- 동해선·경전철 환승체계 복잡
-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힘들어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는 독일 최대의 초광역 생활권이다. 수도 중심부에서 주 외곽까지 뻗은 열차가 매일 수십만 명을 태운다.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독일티켓’은 이를 더욱 단단히 묶었다. 한 달 58유로(약 9만4000원)에 두 지역을 마음대로 넘나들게 만들었다. 그러니 직장이나 학교와 비교적 먼 곳이라도 주거지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실제 2022년 러우전쟁 여파로 베를린 집값이 뛰자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브란덴부르크로 이사했다.

포츠담 중앙역에 정차 중인 RE(고속열차). 브란덴부르크주에서 통근 승객이 가장 많은 노선이다. 브란덴부르크주 제공


달리 말해,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생활권은 독일티켓의 효과를 최대한도로 누렸다. 두 지역 주민의 생활 향상을 목표로, 연방정부 간 협상을 치열하게 벌여온 결과다.

▮철도로 이룩한 초광역 생활권

브란덴부르크 주민 대다수는 베를린에 직장을 뒀다. 자동차를 통해 이동할 때 브란덴부르크의 주도 포츠담에서 베를린중앙역까지의 거리가 약 36㎞로, 부산~창원 거리(시청사 기준 45㎞)와 비슷하다. 차이라면 브란덴부르크 주민은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해당 지역 철도를 이용하는 통근자의 3분의 2(약 22만8000명)는 베를린으로 향했다. 베를린에서 브란덴부르크로 가는 직장인도 9만 여 명에 이르렀다. 방사형으로 뻗은 철로를 공유하는 덕이다. 베를린중앙역에서 어떤 열차를 타도 브란덴부르크에 닿는 구조다. RB(보통열차) 55편, S반(광역전철) 16편이 여기에 해당한다. 명실상부 경제·지리적 단일 생활권이다.

양 지역 교통은 베를린-브란덴부르크교통조합(VBB)이라 불리는 광역 조직이 맡는다. 두 지역과 일부 기초지자체가 1/3씩 재원을 댄다. 한국의 대도시권광역위원회에 비견될 만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계획을 기본으로 지자체 의견을 한번 들어주는 수준인 대광위와 달리, VBB는 연방정부 간 정치적 협상 끝에 합의된 내용을 실행한다. 양 정부가 협력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인 셈이다. 두 지역이 오랜 시간 손발을 잘 맞춰왔다는 말도 된다.

높은 수준의 교통생활권을 이룩한 두 지역은 사실 통일 전후 시기만 해도 껄끄러운 관계에 가까웠다. 1990년 통일 전까지 베를린은 절반이 서독, 브란덴부르크는 전부 동독이었다. 30년을 장벽에 가로막혀 살았으니 지역 간 소통도 없다시피 했다. 통일 이후에도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때 두 지역은 베를린으로의 흡수 통합이 논의됐다. 그러나 수도인 베를린 위주로 정책이 짜여질 거란 우려로 브란덴부르크 주민투표 끝에 무산됐다.

지금은 독일 그 어떤 지역보다도 긴밀하게 협력한다.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주민 편의가 존재했다. 통일 이전 브란덴부르크를 비롯한 동독 지역은 소련에 상당량의 철도 인프라를 빼앗겼다. 2차 세계대전 배상 명목으로, 소련 자국의 물류 수송을 위해 동독 철로를 뜯어간 것이다. 현재도 폴란드와 연결되는 철로 일부는 재원 부족으로 회복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역 대부분이 농촌인 이곳에서 주민이 겪는 교통 불편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베를린 입장에서도 절실했다. 통일 이후 수도권 신공항(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이 추진되면서 그 입지가 브란덴부르크 쇠네펠트로 정해졌는데, 마땅한 교통편이 없었다. 하트비히 롤프 브란덴부르크 교통국장은 “협력 필요성은 현재에 더 증대했다. 전쟁 이후 베를린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은 유럽 전체를 놓고 봐도 아주 급격했다. 브란덴부르크로 이주한 경우가 늘면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재독 민주주의 학자인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은 “두 지역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음에도 오랜 기간 교통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협업·조정한 경험을 축적했다. 무엇이 양쪽에 더 최선의 결과인지를 논하는 정치문화적 사례를 쌓아왔다”며 이렇게 차이를 딛고 협력적인 상황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독일티켓의 장점이 실행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를 잇는 철도 노선. 베를린 중심부에서 외곽의 브란덴부르크로 뻗어나가는 형국이다. 브란덴부르크주 제공


▮광역교통 논의도 없는 부울경

두 지역의 협력은 부산 울산 경남이 주목할 만한 사례다. 초광역의 핵심은 ‘연결’이다. 지역을 쉽고 편하게 오가야 거점이 유지된다. 자동차 없이는 왕래가 어려운 지역 사이에 거점이 생겨날 리 없다. 그러니 연결은 도로보다 철도 등 대중교통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처지가 못 되니, 부산 청년이 창원까지 통근하려면 없는 형편에 차부터 사야 한다. 민자도로 요금에 기름값까지 매달 드는 돈도 꽤나 부담이다. 아침 저녁으로 출근대란까지 치른다. ‘몬 산다’는 탄식이 절로 나올 환경이니, 살던 동네에서 서둘러 벗어나게 된다.

이진(오른쪽) 독일정치+문화연구소장이 브란덴부르크 하트비히 롤프(가운데) 교통국장과 주정부 간 교통 정책 협력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독일교통정책연구팀 제공


현재로선 교통 인프라는 물론 정책 완결성도 미흡하다. 환승 혜택을 정책의 기초로 삼는 부울경이지만, 교통수단과 운영자별로 환승 체계가 복잡하게 꼬여 불편을 낳는다. 일례로 동해남부선과 부산김해경전철은 모두 부산에 자리한 시설인데도 운영자간 환승 협약이 체결되지 못해 환승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래라면 3회까지 환승이 가능한 데도, 이용한 교통수단에 이들 중 하나가 포함되면 마지막에 이용한 곳에서는 별도 요금이 차감된다. 또 급행·보통열차에도 독일티켓 효과가 적용되는 독일과 달리 한국은 새마을·무궁화에 환승 혜택이 붙지 않는다. 이 역시 지자체와 한국철도공사 간 협약이 맺어지지 않은 영향이다.

향후 부울경 광역교통망이 갖춰지면 환승 문제는 더욱 심화한다. 동백패스를 운영하는 부산시의 경우 지역화폐인 동백전으로 대중교통 환급금을 지급한다. 경남 울산의 대중교통 이용자에겐 효용이 없다. 당장 부산과 창원을 잇는 부전~마산 복선전철만 해도 개통 시 어떤 방식으로 환승 혜택을 줘야 할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울경의 광역교통 논의는 점차 힘에 부치는 실정이다. 제2기 광역교통실무협의회(2018년~2020년) 이후엔 사실상 광역교통을 논의할 조직도 제대로 꾸려지지 못했다. 특히 2023년 3월 부울경 특별연합이 가동조차 못해본 채 폐지되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으로 전환되면서 광역교통분야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경제동맹 추진단에는 광역철도·물류, 광역도로·광역대중교통 담당자가 각 1명씩만 배정됐는데, 이를 두고 한국교통연구원은 “광역교통업무의 전문성 저하, 행정절차의 이원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구팀=이진 소장, 남원철 팀장(지역노동사회연구소 운영이사). 김상철 연구원(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 이영수 연구원(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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