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를 소꼬리로 잘못 알아듣고… 몸보신 얘기에 웃음만발[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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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곁에 있던 여동생이 말한다.
친정집 안방에 누워 소쿠리 이야기를 하다가 12만 원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 흔한 소쿠리 하나의 가격이 12만 원이나 한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쉰 목소리로 누워서 말하니까 소쿠리로 말할 때마다 소꼬리로 알아들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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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소쿠리 준다고 하였는데 얻어 올까?” “형님이 착해서 동서한테 그런 것도 선물로 주려나 보구나!”
친정엄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곁에 있던 여동생이 말한다.
“언니! 다른 사람 주기 전에 얼른 연락해 봐. 그게 요즘 얼마나 비싼 줄 알아?” “몰라 얼마인데?” “8만 원이었는데 요즘엔 12만 원으로 올랐다고 하던데…” “뭐라고?”
친정집 안방에 누워 소쿠리 이야기를 하다가 12만 원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가슴이 쿵덕거렸다. 그 흔한 소쿠리 하나의 가격이 12만 원이나 한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것을 어디에다 쓰기에 그렇게 비싸다니?” “좋다고 하니까 그런 거겠지” “어디에 좋다는데?”
정신을 집중하며 방바닥에 다시 드러누웠다.
“돈만 많으면 듬뿍 사다가 뽀얗게 국물이 우러나올 때까지 팍팍 끓여서 두고두고 먹으면 보약이나 마찬가지지 뭐” “경숙아, 그럼 너도 먹어본 적 있어?” “당연하지! 민정이 낳았을 때 우리 시어머님이 일주일 동안 끓여 주셔서 질리도록 실컷 먹었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걸 함부로 먹을까 싶었다. 생각할수록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이런 사실도 지금껏 모르고 살았다니 ‘헛똑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나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엄마! 그럼 엄마도 소쿠리 먹는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요?” “기운이 없을 때는 뭐니 뭐니 해도 그게 최고지!”
대화를 하면서 순간순간 소쿠리가 보약처럼 쓰이기까지의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오래되면 될수록 마른 대나무 살에서 그 무엇이 나오는 걸까. 궁금함이 썰물처럼 몰려왔다가 우르르 사라지곤 하였다.
“그럼 토요일 날 시댁에 가서 갖고 와 청천 시골집에 놓아야겠다” “왜 그래, 그 비싼 것을 빈집에 놓았다가 상하면 어쩌려고?”
“상하기는 왜 상하니? 그렇게 단단한데 쉽게 상하겠어? 대못을 박고 부엌에 하나씩 걸어 두어야겠다. 그게 좋겠지?” “그걸 왜 걸어 놔! 갖고 오자마자 얼른 끓여서 식으면 냉동실에 넣어 놔야지” “몇 개 주실 텐데 어떻게 냉동실에 넣어? 적당히 걸어 두었다가 주말마다 시간 내어 푹 삶아야지 뭐. 그리고 작은 것은 고사리 삶아 말릴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언니! 혹시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거기에다가 고사리를 어떻게 말려? 올려놓자마자 쪼르륵 미끄러질걸?”
동생은 손가락으로 본인의 머리 위를 동그랗게 그려 보이며 혹시 정신이 돌아버린 거 아니냐는 시늉을 했다.
“네가 더 이상하다. 미끄러지기는 왜 미끄러지니? 다른 사람들도 명절 음식 만들면 동태전 같은 부침 종류는 거기에 펼쳐 놓더라.” 동생은 속 터진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잠깐만, 혹시 대나무로 만든 소쿠리 이야기한 거였어?” “그래! 당연하지 소쿠대미라고도 부르잖아!” “뭐라고? 엄마! 언니가 소쿠대미래! 소쿠대미! 소쿠리!” 하면서 방바닥을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배를 쥐고 웃어대기 시작하였다
“하도 허해서, 네 언니가 하도 허해서 그런가 보다. 저렇게 비쩍 말랐으니 헛소리를 하는가 보네.”
이유는 이러하였다. 피곤할 때마다 눈이 충혈되고 목소리가 자주 쉬었다. 쉰 목소리로 누워서 말하니까 소쿠리로 말할 때마다 소꼬리로 알아들었었나 보다. 물론 나는 엄마랑 동생도 나처럼 소쿠리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하는 줄만 알았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내려가는 듯 느껴졌다.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에게 의사전달을 분명하게 해야겠다고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친정엄마도 돌아가셨고 여동생 경숙과 나는 환갑이 지났다. 요즘도 뭉게구름을 보면 친정집 이층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그날이 구름처럼 포근하게 아주 많이 그리워진다.
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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