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헌정회장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은 없어야… 대타협기구 창설 필요” [심층기획-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이지안 2025. 4.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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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헌정회장 인터뷰
“정치경험·경륜 부족 尹, 대화 안 해
민주는 ‘힘의 논리’만… 정치 실종
정당 지도부·의원들 ‘화해 운동’을
민주당부터 양보 모습 보여주길
韓대행, 트럼프 만나 외교력 복원
차기정부선 위상 회복에 힘써야”

정대철(81) 헌정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내려진 후 바로 이튿날인 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의 탄생과 몰락은 없어야 한다”며 정치권을 향해 시급한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헌정회장을 직접투표로 선출한 2009년 이래 첫 민주당계 출신 회장이었던 그는 보수정당 국회의원 출신이 많은 헌정회에서 지난달 연임에 성공했다. 여당일 때도, 야당일 때도 상대 진영 정치인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온 포용력 덕분이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에 위치한 정일형·이태영 박사 기념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한국 정치의 재건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포용의 정치’를 실현해온 정 회장을 만나 헌정 사상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파면이 한국 정치에 남긴 상흔을 치유할 방법을 물었다. 그는 이날 파면된 윤 전 대통령보다도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더 많은 고언을 쏟아냈다.

정 회장은 우리 정치에 ‘새살’이 돋기 위해서는 이제 다수당이 양보의 정신을 갖고 주도적으로 사회 통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결국 파면됐다. 우리 정치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은.

“정치가 실종된 탓이다. 윤 전 대통령이 집권한 2년 반 동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단 한 번뿐이었다. 여야가 대화 없이 그저 싸우기만 한 거다. 윤 전 대통령부터 정치친화적이지 못한 인물이었다. 국회의원 선거 한 번 치러본 적이 없었지 않냐. 정치 경험과 경륜이 너무 부족했다. 스스로가 부족함을 인식하고 경륜이 풍부한 사람들을 기용해 그들에게 항시 자문을 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야당도 정치 실종 상태에 기여하긴 마찬가지였다.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힘의 논리’만 써댔다. 입법권력을 가진 다수당으로서 아량과 양보의 정신을 앞세웠어야 했다.”
―실종된 정치를 어떻게 하면 다시 복원할 수 있나.

“우선 시작은 개헌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양원제·지방분권 강화)로 바꿔서 대화와 타협이 불가피한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개헌하자는 설득에 ‘숙고해보겠다’던 이 대표가 지난주 통화에서 개헌에 동의했다. 이 대표는 책임총리제와 현 경성헌법을 연성헌법으로 고치는 방향을 얘기하더라. 이 대표가 개헌 결심을 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도 (나에게) 개헌특위 만들겠다고 했다. 조기대선 전에 개헌하는 게 제일 좋고, 아무리 늦더라도 조기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진행해야 한다.”

―개헌만으로 정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헌 말고도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정치, 사회, 종교지도자들과 시민사회 대표, 갈등 조정 전문가들이 모두 모인 ‘국민통합을 위한 대타협기구’를 창설했으면 좋겠다. 또 정당 지도부와 평의원들이 모두 나서서 일명 ‘화해의 운동’을 벌이자.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고, 나아가 인정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이자는 거다.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특히 다수당 원내대표는 상대방을 끌어안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하는 자리다. ‘상대방을 무찌르자’는 이야기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차기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최우선 국정과제는 무엇인가.
“그 역시 국민통합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겪으며 훼손된 대한민국의 위상을 되찾는 거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세계 유일 국가다. 이 작은 나라의 국방력, 경제력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나라의 얼굴에 먹칠이 됐다. 한국은 명실상부 선진국이라는 것을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전 세계에 다시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역할도 막중하다.

“한 권한대행이 얼른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길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상대방과 직접 만나서 담판 짓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 권한대행이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정부의 외교력을 최대한 복원해 주길 당부한다. 또한 이제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데, 공정한 선거 관리에 힘써 주길 바란다.”

―계엄과 탄핵 정국을 지나온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단기적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정착해 상생과 통합의 정치가 시작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내각책임제가 가능한 참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 정치인들에게 부탁이 있다. 정치하는 사람은 매 순간 시대적 소명을 가슴과 머리에 새기고 정치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소명은 3가지다. 첫째는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소득 분배를 통해 양극화를 극복하는 것이다. 셋째는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에 이르는 것이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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