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터뷰] "사회생활로 져줬다고..." SK 오재현이 말한 모니터 앞 권력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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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현이 말한 '감독님 이기기 프로젝트'.
전희철 감독은 "요즘 게임을 하진 않는다. 내가 코치 때, 문경은 감독님을 꼬셔서 선수들하고 몇 판 했었다"라며 이어"농구 외적으로 선수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나 게임을 하면 재밌다. 이기면 다음 날 가서 놀리기도 하고, 분위기도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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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다윤 인터넷기자] 오재현이 말한 '감독님 이기기 프로젝트'. 코트에선 질 수밖에 없지만, 모니터 앞에선 가능하다.
서울 SK의 숙소에는 요즘 농구 코트 못지않은 긴장감이 흐른다. 훈련도, 전술 회의도 아닌, 선수들의 손끝에서 벌어지는 컴퓨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전투 때문이다. 농구공 대신 마우스를 잡은 이들이 몰입하는 모습은, 마치 경기장에서 승부를 겨루는 듯 진지하다.
최근 SK의 오재현(25, 187cm)은 신인 이민서(21, 180cm)와 함께 숙소에서 게임을 즐긴다며 웃으며 말했다. 게임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선수들 사이의 소통 창구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일종의 ‘버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재현은 "(이)민서가 나를 잘 따라다녀서 요즘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숙소에서 할 게 없어서 게임이라도 하고 있는데 민서가 잘 못해서 놀린다"라며 전했다. 이어 "나는 원래 게임을 안 하다가 최근에 취미로 시작해봤다. 근데 잘하진 못한다(웃음)"라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했다.
어느덧 팀에 적응해가는 신인 이민서, 그리고 그와 빠르게 가까워진 오재현. 후배들과 어색함을 느꼈던 오재현도 금세 마음을 열었다. '(이)민서는 엄청 살갑게 잘한다. 내가 후배들이랑 잘 못 친해지는데 민서 같은 경우는 오자마자 귀엽게 따라다니더라. 그래서 금방 친해졌던 것 같다."
농구 코트 밖에서 시작된 교감은 게임으로 이어졌고, 두 사람은 화면 속에서도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다만 친해졌다고 실력을 봐주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오재현은 "(이)민서는 게임 이론은 빠삭한데 잘 못한다. 옆에서 설명할 때 보면 진짜 잘하는데, 시켜보면 잘 못하더라"라며 장난스럽게 놀렸다.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선수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의 창구이자 또 하나의 경쟁 무대가 된다. 그렇다면 SK 내 ‘게임 최강자’는 누구일까.
오재현은 주저 없이 "(장)문호 형이 제일 잘한다. 나는 안 하다 보니까 내가 제일 못할 것 같다. 그래도 하다 보면 금방 올라갈 것 같긴 하다(웃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감독님이랑 코치님도 같이 했었다고 들었다. 요즘엔 안 하시는 것 같지만, 한때는 다 같이 많이 했었다더라. 감독님은 게임도 잘하신다"라며 전했다.
게임 실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던 전희철 감독. 오재현은 웃으며 그의 전설(?)을 하나둘 꺼내놨다.
오재현은 "감독님이 승부욕이 강하셔서, 게임할 때도 많이 뭐라고 하셨다더라(웃음). 선수들이 사회생활로 져줬다는 얘기도 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농구장에선 내가 감독님한테 뭐라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게임에서라도 뭔가 해볼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라며 상상만으로도 신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전희철 감독은 이 ‘게임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희철 감독은 "요즘 게임을 하진 않는다. 내가 코치 때, 문경은 감독님을 꼬셔서 선수들하고 몇 판 했었다"라며 이어"농구 외적으로 선수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나 게임을 하면 재밌다. 이기면 다음 날 가서 놀리기도 하고, 분위기도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오재현이 전한 '감독님의 앵그리 모드'에 대해선 조심스레 해명했다. "뭐라 했다기보다는, 손이 안 따라주니까 죽으면 짜증 좀 냈을 거다(웃음). 지금도 같이 하고 싶긴 한데, 내가 잘 못하기도 하고 시간도 잘 안 맞는다"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무리 감독-코치여도 게임은 게임일 뿐. 사회생활도 통하진 않았다. "게임은 봐주고 그러는 게 절대 없다. 게임은 게임이다. 오히려 선수들이 게임 중에 숨어서 공격한다”라며 전한 전 감독은 “나이가 확실히 나이 들면 손이 안 따라가더라... 감도 떨어지지만 내가 스트레스 풀려고 재미로 하는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후배, 선수들이지만 너무 못하는 걸 보여주면 놀림을 당한다. 우리는 또 놀림 당하면 안 되지..."라고 곱씹은 전 감독은 "롤이라는 게임이 많이 바뀌어서 다시 공부를 해야 되는 게 힘들다. 그리고 선수들이 놀리는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접하지 않을 것 같다(웃음)"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선수들 사이의 거리감을 허무는 비밀 통로였다. 코트 밖에서 쌓은 웃음과 케미는, 언젠가 경기장 위에서 폭발적인 시너지로 되돌아올 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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