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쟁의 시대를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김완 기자 2025. 4. 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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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최정민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
오랫동안 활동해온 단체 이름과 같은 제목의 ‘전쟁 없는 세상’을 출간한 최정민 활동가. 최정민 제공

최정민. 그냥 ‘오리’라는 활동명으로 불리는 게 더 친숙한 활동가다. 그는 어쩌면 한겨레21 표지를 장식한 인물을 가장 많이 기획(!)해낸 활동가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병역 거부자들이 그와 상담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실존적 실천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활동해온 단체와 이름이 같은 ‘전쟁 없는 세상’이란 제목의 번역서를 출간했다. 다시 도래한 전쟁의 시대를 그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다.

—다시, 전쟁의 시대가 왔는데 ‘전쟁 없는 세상’이란 책을 냈다.

“책을 낸 아이린출판사에서 협업 제안이 왔다. 침략에 무력으로 맞서지 않고 비폭력적 방법으로 투쟁한다는 것이 ‘전쟁 없는 세상’의 관심사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논의된 적이 없던 담론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대화체로 쉽게 씌어 있었고, 역설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에 맞춰 발간되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때는 윤석열이 이런 파국을 만들어놓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책이 전혀 주목을 못 받고 있어서 안타깝다.”(웃음)

—지적대로 훗날 역사는 2020년대를 전쟁의 시대라고 규정할 것 같다.

“안타깝지만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시디피(UCDP, 웁살라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에 따르면, 2020년과 2022년에 각각 56개의 국가 관련 무장 분쟁이 발생했고 2023년에는 그 수가 59개로 증가해 1946년 데이터 수집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2년 2월 시작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범죄는 비정상적으로 치명적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아무래도 심리적, 지리적 거리가 있고 국내나 동아시아 지역 뉴스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정보 접근이 어려운 것도 큰 몫을 한다고 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계엄과 탄핵 등 국내 이슈가 전쟁뿐 아니라 모든 이슈를 다 집어삼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다수가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의 편인 것은 다행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이러한 전쟁이 우리 사회와 어떻게 연결됐는지 맥락화된 설명을 더 잘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전쟁 없는 세상이 한국에서 이스라엘로 무기를 수출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하한다.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도 비판받을 부분이 있을 것이다. 냉혹한 국제질서에서 어떤 형태로건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장하는 ‘젤렌스키는 독재자’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젤렌스키는 과반수 우크라이나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주권 국가는 원하는 국가와 동맹을 맺을 권리가 있다. 그것이 러시아의 침략을 ‘도발’했다고 하는 것은 악의적 프로파간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기 위해 이길 수 없는 소모전을 연장하는 데 드는 인적·재정적 비용이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실용적인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진보 진영 일각의 목소리가 그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을 보고 평론을 한 모양인데 트럼프가 너무나 확실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침략자 푸틴의 편을 들지 않았나.”

—20년 넘게 평화 활동가로 살아왔는데, 최근 국내 상황은 사실상의 내전 상태다.

“아닌 밤중에 계엄 선포에 놀라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분열의 깊이에 다시 한 번 놀라는 중이다. 1987년 제도적 민주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이후로 권력의 사유화와 민주적 제도의 훼손 시도는 간간이 이어져 왔다고 본다. 윤석열과 그 일당이 이번 계엄을 통해 사법부 장악, 언론 통제, 시민사회 탄압으로 민주주의를 독재로 후퇴시키려 했는데 덕분에 이제 모두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매우 위태로운 지반 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일지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투쟁이다.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제도적 틀 내에서의 대립이지만 이 갈등이 어떻게 해소될지는 시민사회의 민주적 역량과 제도적 회복력에 달려 있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은.

“현대 전쟁은 어렵다.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복잡성을 생각한다면 제한된 지면과 시간에 잘 담아내기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 독자들의 관심도도 떨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화, 먼 나라 이야기, 단발성으로 보도하면 어떤 문제도 극복할 수 없다. 전쟁이 글로벌 시민인 우리 모두의 책임과 연결된 문제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분쟁의 역사적 맥락과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는 심층 보도를 주문하고 싶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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