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임박] 철강·車 이어 반도체도 타깃…“보조금 재협상”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을 시사했다. 미국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상무부 내 대미 투자자를 지원하는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를 설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사무소는 미국에 10억달러 이상의 투자 촉진이 목적이다. 투자 기업의 규제 부담을 줄이고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상무부 내 만든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소(CPO)'도 직접 관리한다.

백악관은 “납세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이전 행정부보다 훨씬 더 유리한 반도체(CHIPS) 법안 협정을 체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보조금 삭감보다 미국 투자 확대를 끌어내려는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내 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다면서 반도체법 보조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재협상 대상 국가는 한국이다. 대만의 경우에는 지난달 TSMC가 100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발표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앱솔릭스 등처럼 보조금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들의 추가 선정은 힘들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담당하는 CPO 인력 150명 중 120명가량이 해고 및 권고사직 조치하면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등이 고객사 대응을 위해 미국 투자를 결정한 기업 부담이 커졌다.

이미 확약된 보조금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행정적 지급 절차 지연 등의 불이익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보조금 확정 당시에도 기존 투자 예정액을 10조원 삭감했던 만큼 투자를 확대할지 미지수다. TSMC와 같은 추가 투자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SK하이닉스에 쏠린다. 경쟁사인 마이크론이 미국에 대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가 2028년 하반기 가동할 현지 첨단 패키징 공장도 현지 HBM 수요 대응 용도다.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는 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업 일자리 확대가 최대 목표”라며 “강대강으로 부딪히기보다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공화당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을 통해 기업이 받는 충격을 최대한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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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