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탄핵’ 촉구 성명 추동한 세 시인…“작가 대신 문장의 힘 봐달라”
나흘 만에 414명 개별 전파 통해 결집
“작가 성명이 나간 뒤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참여하고 싶다고 한 작가들은 물론이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데 왜 참여 안 했느냐고 의아해하는 독자들까지 많았어요.”
시인 서효인(44)이 지난 27일 한겨레에 말했다. 이틀 전인 25일 ‘윤석열의 즉각적 파면’을 헌법재판소에 촉구하는 작가들의 ‘각자 성명’을 최초 제안한 이다. 개별 작업에 최적화된 작가 수백명이 삽시간에 결집해 한목소리로 수렴한 성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때로 광적인 광장 언어와 다른 활자의 위로가 첫번째요, 진리를 추인하려는 문학의 도리가 두번째다. 성명이 도모된 지 나흘 만에 414명 작가가 참여하게 된 데엔 “(탄핵이)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서 시인은, “공동체의 안위와 안녕을 살펴보시는 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파면을 결정해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최초 ‘모의’된 때가 언제인가.
“지난 21일(금요일) 낮이었다. 오은(43) 시인과 카카오톡으로 이런저런 일상 대화를 나누다 아이디어를 즉흥적으로 제기했다. 헌법재판소 선고가 나질 않아서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었으니까. 바로 유희경(45) 시인의 ‘위트앤시니컬’ 서점에서 만나 셋이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카톡과 유 시인이 만든 구글 폼으로 세 갈래에서 전파하고 또 전파되는 방식으로 414명이 모였다.”
―참여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겠다.
“저희가 개인적 차원에서 성명을 모은 방식이라 한계가 있었다. 기간 자체도 짧았다. 헌재의 결정이 이번주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그래서 늦어도 화요일(25일)까진 성명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23일 일요일까지 성명을 받았고, 성명서 디자인 작업(이지선 북디자이너)이 진행된 월요일(24일) 중 추가로 보내주신 분들의 성명을 반영했다.”
서 시인은 방점을 하나 더 찍었다.
“이번 성명에 이름이 있고 없고가 (작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보다 몇 배나 많은 문학인들이 이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뜻을 함께하고 있어서, 성명의 문장들이 갖고 있는 힘이나 방향성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
‘한줄 성명’이란 형식은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촉박했고, 뭔가 길게 읽을 수 있는 시기도 아니어서, 짧고 강렬한 문장 한줄씩이면 됐다”고 서 시인은 말했다.
―결국 헌재는 이번주도 넘긴데다, 기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명 작가든 아니든 지금은 헌재만 목 빠지게, 방법 없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한다고 해 (헌재 결정이) 달라질지 알 수 없는 문제라 허탈해진다. 허탈감, 배신감, 불안함이랄까. (탄핵소추 기각 결정 시) 수천만명에게 개인적으로 상처가 되고 사회적 손실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지금 지연되는 이유가 의견 통일을 위해선지, 조문을 더 정확히 쓰기 위해선지 모르겠지만 제발 이웃과 시민들을 좀 살펴보시는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한강 작가는 어느 갈래로 참여했는가.
“제가 그냥 담백하게 메일을 드렸다. 이런 일이 있으니 알려드린다고. 거기에 또 담백하게 ‘알겠다’ 하고, 구글 폼에 넣어주셨다.”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라는 두 문장이다.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작가들이 많다면 추가 성명도 계획하는가.
“저희도 좀 고민했는데, 1차, 2차 이렇게 이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한순간 촉발된 사건으로, 다른 분들은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두고자 한다.”
정작 세 시인의 성명은 언론에 덜 보도되었다. 2006년 등단해 2011년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서 시인은 “앞서 죽은 자들의 명예와 사랑을 더럽히지 말라.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고 재구속하라”고, 2008년 등단해 2020년 현대문학상을 받은 유희경 시인은 “이렇게는 살 수 없습니다. 삶의 토대가 되는 모든 가치를 되찾을 수 있도록 피소추인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을 당장 인용하십시오. 이것이 헌법의 주인인 우리가 내리는 명령입니다”라고, 2002년 등단해 2019년 대산문학상을 받은 오은 시인은 “아직 2024년 12월3일에 삽니다. 겨울에 삽니다. 무시무시한 포고령을 떠올리며 삽니다. 처단의 공포 속에서 삽니다. 인권과 함께, 자유권과 더불어, 평등권을 헤아리며 살고 싶습니다. 2025년을 살고 싶습니다. 봄에 살고 싶습니다. 앞날을 기대하며 살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활자들이 마르지 않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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