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김광일, 고려아연 주총 불참…홈플러스 노조 피했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이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임시주주총회에서 거버넌스 및 재무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수 차례 높였지만, 홈플러스 사태이후 규제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면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홈플러스 노조가 이례적으로 주총 현장을 찾아 MBK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일각에서는 노조와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총장에는 홈플러스 대표를 맡고 있는 MBK 김광일 부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이번 적대적 M&A를 주도한 인물로, 경영권의 향방을 가를 정기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과정에서 홈플러스 사태의 주요 원인이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차입매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당국, 국민 정서 등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날 홈플러스 노조는 고려아연 주총장을 찾아 'MBK는 기업사냥 중단하고, 홈플러스 사태 책임져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어음 사기발행 의혹과 슈퍼카 보유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겸하는 김 부회장을 타깃으로 검찰 수사, 형사처벌 등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MBK 역시 사기·탈세 등으로 잇달아 물의를 빚으며 국세청 세무조사, 금융감독원 검사, 공정거래위 조사 등 당국의 고강도 조사에 직면한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오는 4월1일부터 MBK의 홈플러스 사태 관련 현안 브리핑을 매주 진행키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MBK를 겨냥해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는 행위를 하고 있고, 손실은 사회화시키면서 이익은 사유화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MBK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선 수십 대의 슈퍼카를 보유하는 등 김광일 부회장의 호화 생활이 알려지며 홈플러스 노조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사태 긴급 현안질의 당시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MBK 김광일 부회장이 보유한 슈퍼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유 의원이 제시한 사진에 따르면 자택 주차장에 대당 4억~6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296 GTB, 페라리 812 컴페티치오네, 페라리 푸로산게 등 3대가 주차돼 있었다.
유 의원이 “수십대 보유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김광일 부회장은 “현재 10여대의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에 보유한 슈퍼카들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주차장을 건립 중인 사실도 드러났다.
MBK는 과거 홈플러스를 비롯해 상당수 피인수기업을 망가뜨린 차입매수방식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서도 그대로 구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가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쓴 자금 1조5657억원 중 75% 규모인 1조1775억원이 NH투자증권에서 실행한 담보대출로 나타났다.
MBK의 차입매수 기법은 홈플러스 사태로 실패가 증명됐다는 게 업계분석이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에도 투입한 자금 7조2000억원 가운데 5조원(70%)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이후 빚을 갚기 위해 홈플러스가 보유한 핵심점포 등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원리금을 받아갔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 사업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기업회생 신청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MBK가 고려아연에 대해서도 차입매수 방식의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는 대규모 상환 부담이 고려아연으로 전가돼 재무건전성과 사업기반이 훼손될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최악의 경우 전략광물 공급망 붕괴, 국가 자원안보 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대두된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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