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기밀 문서보니...中 “김일성 사인, 핵문제·정상회담 스트레스와 과로”
美대사 “김정일, 얼이 좀 빠진 듯 지도자 부족”
외교부가 1994년도 외교문서를 30년만에 해제해 28일 공개했다. 그해 7월 8일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
외교문서를 보면, 해외 공관들이 일제히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김일성 사망 원인부터 후계 구도에 이르기까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북한의 미래를 전망하려 애썼다.
당시 주요국 인사들과 접촉한 한국 외교관들이 보낸 문건을 보면 각국은 김일성이 북핵 협상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정책이 지속될지 불안해했다.
북한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외교부 인사는 “김일성은 과거 중국 방문 시 덩샤오핑에게 아들 김정일 문제를 부탁(托孤·탁고)해 두었기 때문에, 덩샤오핑이 생존해 있는 한 중국 정부는 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김일성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과 ‘심장쇼크’였다. 그런데, 중국 일부 당국자들은 핵문제 및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심장에 무리가 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개혁개방 흐름 속에 북한과 일정 수준 거리를 뒀던 러시아 당국자들도 북한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평양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러시아 학자는 “김정일 체제가 6개월 정도 지나면 군부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개입할 것”이라며 “길어야 김정일은 96년 말 정도까지만 집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의 건강 상태에 대한 관심도 꾸준했다. 주카이로 한국 총영사는 그해 연말 보고에서 이집트 당국자가 “(김정일의) 업무 수행 능력이 의심된다”며 “그의 오른쪽 옆머리에 수술을 받은 긴 자국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자들도 김정일과 그의 정책 방향에 대해 비판적 전망을 내놓았다.
당시 스탠리 로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반기문 주미대사관 공사와 면담에서 “김정일이 승계에 성공하더라도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정통성이 결여돼있는 데다, 경제난 계속으로 일정 기간 이후 많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정일이 핵문제와 관련해 강경파라는 가정이 사실이고 이에 따라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부통령을 지냈던 월터 먼데일 주일미국대사는 김정일에 대해 “약간 얼 빠진듯하고(goofy), 어린애 같아(childish) 지도자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한승수 주미대사 보고를 보면 당시 미 국무부는 “김일성 정책의 계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중앙정보국(CIA)은 김정일의 ‘과격성’과 ‘불가측성’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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