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 홍명보와 포체티노가 비판받는 이유…말이 앞서고 전술이 없다

2025. 3. 2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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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25일 요르단과 경기에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포체티노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오만과 요르단 두 시합을 잇달아 비기면서 국민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국가대표 감독도 두 경기 연속 지면서 미국인들로부터 몰매질을 당하고 있다.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 감독이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포체티노. 영국의 첼시, 프랑스의 생제르맹 등 내로라하는 세계 명문 구단들을 지휘했던 그와 홍명보는 같은 반열에 놓일 지도자가 아니다. 누가 감독 능력이 더 뛰어난 지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포체티노에게는 모욕이 될 수 있다.

월드컵 개최국 미국은 별문제가 없던 전임 감독을 자르면서 포체티노를 데려왔다. 우승을 꿈꾸기 때문. 화려한 경력 덕분인지 그 선임에 토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홍명보는 온갖 말썽 속에 무리하게 감독이 됐다. 끊임없이 반대가 이어지며 욕을 먹고 있다. 두 사람은 출발부터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국가대표가 형편없는 시합을 했을 때 감독이 무자비한 비판을 받는 것만큼은 두 사람이 똑같다. 포체티노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콘카카프 네이션스 리그’에서 FIFA 16위 미국은 36위 파나마에 1대0, 31위 캐나다에 2대1로 졌다.

홍명보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자신감은 있어 보이지만…결과와 현실감각이 모자란다”

포체티노와 홍명보는 비난받는 이유가 비슷하다. 말이 앞서고 전술이 없다는 것.

홍명보는 김민재 선수 부상으로 뮌헨을 비난했다가 “한국은 가장 쉬운 조에 속해 있다. 세계 23위 한국이 김민재 없다고 80위 오만이나 이라크, 팔레스타인과 같은 나라를 이기지 못하면 월드컵에 갈 자격이 없다”는 외국 매체의 지적을 받았다.

안방 연속 무승에 대한 질문을 받자 홍명보는 “그 부분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무언가’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고 답했다. ‘무언가’는 “나도 정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자신도 모르는 애매한 표현을 왜 하는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숱한 말실수로 계속 비판을 받고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축구는 2002년 서울 월드컵 이후 월드컵에서 8강 이상 진출한 적이 없다. 그러나 포체티노는 지난해 11월 미국 감독을 맡으면서 월드컵 우승을 장담했다: “미국은 앞으로 5~10년 안에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 확실하다.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런 포체티노가 파나마에 졌다. 실망한 미국인들에게 그는 “우리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가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캐나다전을 앞두고는 “우리의 정신력을 보여줘야 하는 경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시합에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포체티노는 “실망했다. 두 번의 패배가 부끄럽다”며 사과했으나 관중들에게 “너무 비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이 왜 낙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단지 “축구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포체티노의 무책임한 큰소리와 번지르르한 말장난에 마침내 미국인들이 폭발했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해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못 한 감독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포체티노 시대는 끔찍한 출발을 보인다. (전임)그레그 버홀터보다 나을 게 없다. 현재 실력으론 월드컵 조기 탈락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을 우리나라처럼 ‘황금세대’라 부른다. 거듭된 졸전은 포체티노의 미숙한 전술 탓이라는 것. 부족은 단순히 골만이 아니었다. 창의성·상상력·조직력·투지·열정까지 모자랐다는 지적. 의문스러운 교체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정말 질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미국을 8강으로 이끌었던 미국 축구의 전설 랜던 도노번은 극도로 분노했다: “이 선수들이 얼마나 재능 있는 집단인지, 얼마나 대단한 구단에서 뛰고 있는지를 듣는 게 진짜 지긋지긋하다. 국가대표로 뛰는 것에 전혀 관심도 없고 열정도 없다면 그냥 차출을 거부해라. 재능이 중요한 건 맞지만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

홍명보의 패배나 무승부에 이렇게 독한 쓴소리를 하는 한국 국가대표 출신들이 있는가? 그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홍명보가 그리 두려운가? 축구계가 서로 눈치 보며 침묵하는 한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있어도 더는 한국축구가 발전하기 어렵다.

포체티노는 파마나 경기 전 “축구는 시기가 맞아야 한다. 몸 상태 등 선수의 여러 상황이 중요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시기부터 포체티노의 편이 아니다. 2026년 월드컵 개막까지 1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축구 평론가는 “포체티노의 자신감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결과가 모자란다. 현실 감각도 모자란다”고 뼈 아픈 소리를 했다. 이보다 홍명보에게 더 적절한 지적이 없을 듯하다. 자신감은 있는가? 억지로 감독을 꿰찼으나 도무지 결과가 없다. 갖가지 비판과 사퇴 촉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현실 감각은 아예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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