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12조 있는데, 한국엔 11조뿐…"국내 50조 투자" 삼전의 고민
1조6537억원.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한국 본사가 보유한 현금 규모다.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으로 보유한 10조 1880억원까지 포함하면 한국 곳간엔 11조8417억원이 있다. 반면 해외법인 금고에는 100조원대의 유동 자금이 쌓여있다. 반도체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삼성전자는 두둑한 해외 곳간에서 실탄을 빼와 평택 캠퍼스 등 국내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27일 삼성전자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한국 본사 보유현금은 1조6537억원으로 최근 4년 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 말 6조614억에 비해서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의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곳 대부분은 국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3조6461억원의 설비 투자를 집행했다. 이 중 86%가량은 반도체(DS)부문 건물과 설비 신·증설에 투입됐다. 업계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첨단 반도체 생산을 계획 중인 평택 캠퍼스에 투입됐을 거라고 본다. 올해 역시 예년 수준으로 50조 원대가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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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넣는 건 자유, 빼는 건?
지난해 해외법인이 보유한 자금을 모두 합친 회사의 유동자금은 112조6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가량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제조기지 다변화를 통해 세계 다양한 지역에 투자해왔다. 그 중에서도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한 중국, 베트남, 미국이 핵심이다. 이들 지역 매출은 각각 135조704억원, 128조7729억원, 106조7794억원이다.
매출이 큰 만큼 다량의 수익금도 매년 쌓이지만, 한국 곳간에 비하면 현금 이동의 유연성은 떨어진다.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가져 올 때는 배당금 형식으로 송금하면 되지만,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고민은 현지의 투자 압박이다. 특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퍼부으며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4년간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자연스레 삼성전자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텍사스 테일러시 제2공장 등에 기존 투자액(170억 달러)의 2~3배에 달하는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칩스법 보조금의 지급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 집행이 더뎌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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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살리기 총력 쏟아야
이외에도 해외 자금이 단기금융상품에 묶여 있다거나,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손이 발생하는 점도 해외 자금의 배당 때 신경 쓰이는 요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꾸준히 해외법인에서 국내로 돈을 보내왔다. ▶2022년 3조5514억원▶2023년 29조4978억 ▶2024년 9조6355억원을 해외법인에서 국내로 보냈다. 삼성전자는 “해외법인의 본국 송금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더 적극적으로 해외법인 돈을 끌어와 국내 반도체 시설에 투자할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삼성 반도체 회복 전망은 밝지 않은데, 이럴 때 일수록 국내 반도체 시설의 첨단화에 총력을 모을 것”이라며 “반도체가 살아나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해외에서 자금을 쓸 수 있는 여력도 더 생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5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11조~12조원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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