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로 돌아왔다...‘유증’ 한화에어로보다 한화 소액주주 뿔난 이유는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한화에어로가 유증을 한다는 것은 최대주주인 한화의 돈도 들어간다는 뜻이다. 한화 소액주주들에겐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기습 발표다. 발표 직후 한화의 주가는 한화에어로와 거의 비슷하게 12%나 급락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경영권 승계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견이다. 당국이 오너 그룹들에게 지주사 체제를 유도하고 있는데 한화그룹 삼형제의 한화에 대한 지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오너 입장에선 한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줄어 유리한 상황이다. 오너 지배력 강화는 최근 일련의 계열사 지분 취득으로, 회사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은 유증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다. 유증과 함께 가족회사(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 ‘작전’도 시작됐다. IPO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에 대한 상속세 마련과 삼형제의 한화 지분 취득 등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증 필요 이유로 △1조6000억원 해외 현지 공장 설립·방산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9000억원 국내 사업장 △8000억원 미국 해양 방산·조선 생산 거점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여의도 증권가와 일반 주주들은 “그런 돈이 필요하면 순이익과 현금성자산으로 해결하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번짓수’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화에어로가 유증을 할 것이 아니라 한화오션이 해야한다는 것이다.
먼저 한화에어로의 실적과 현금 능력을 살펴보자. 한화에어로는 글로벌 ‘각자도생’의 시대와 가성비에서 최고 수준의 무기 생산능력이 만나 실적이 급상승했다. 2024년 4분기 순이익이 무려 2조590억원에 달했다. 순익은 각종 비용과 세금을 뺀 순수 이익을 말한다. 평소엔 분기 5000억원도 넘기 힘들었는데 갑자기 ‘조 단위’ 돈방석에 앉았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도 작년말 기준 2조9677억원에 달한다. 분기 순익과 현금만 합쳐도 5조원 가까이 갖고 있다. 방산 수주잔고는 또 어떤가. 작년말 기준 32조원 넘게 쌓여 있다. 한화에어로 같은 방산 기업의 실적 추정은 상대적으로 쉽다. 수주 잔고를 기간에 맞게 나눠서 추정하면 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향후 3년(2025~2027년) 순익은 누적 6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실적이 폭발하자 오너들은 이것이 주주들의 돈이라는 생각 보다는 곧바로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인식한 것 같다”며 “유증 발표 시기와 규모, 0%대 낮은 배당률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애널리스트는 “유증시 주주 보호 문구가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실제적용되기 전에 한화그룹은 (유증을) 서둘러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삼형제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을 말한다. 현재 삼형제가 나눠서 장악하고 있는 회사가 있는데 바로 한화에너지다. 최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을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IPO는 이 회사의 주인들(삼형제)이 돈 방석에 앉는다는 뜻이다. 다만 이 자금은 결국 한화 지분을 사거나 향후 상속세를 내는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확실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있어야 하는데 한화에어로가 지목됐다. 유증이 필요한 이유가 조선 사업 강화 등인데, 원래라면 적임자는 한화오션이다. 그러나 한화오션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2.2%에 그쳤다. 최근 실적이 급등한 한화에어로는 이익률 역시 15.4%로 압도적이다. 한화오션은 그룹내 회사들이 주요 주주다. 지배구조상 하단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반면 한화에어로의 최대 주주는 33.95%의 지분을 들고 있는 지주사 한화다. 결국 김동관 부회장 입장에선 향후 합병사 ‘한화에너지+한화’를 통해서 한화에어로를 컨트롤하기 쉽다. 또 미래 성장성이 확실히 담보돼 있는 한화에어로가 유증을 해야 일반 투자자들을 모으기 쉽다는 분석이다. 2023년 한화오션의 1조5000억원 규모 유증에선 남는 물량을 그룹내 계열사들이 떠안기도 했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동원된 현금은 무려 1조3000억원. 한화오션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들어가 있는 주요 계열사들이 주주로 포진돼 있다. 결국 이 돈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동원된 것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오너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 계열사들이 돈을 쓰고, 정작 회사 미래를 위한 사업은 일반 주주에게 유증을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의 최대 주주가 한화이기 때문에 주주배정 유증시 한화의 돈이 들어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오너 입장에선 한화에어로의 주가 보다는 한화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유리하다. 저평가된 주식이 더 저평가되는 이유다. 이런 속사정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유증 당사자(한화에어로) 보다 한화 주주들이 속앓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9 자주포 등을 만드는 한화에어로는 전세계적인 재무장 분위기 속에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유증 악재로 하락했던 주가가 반등할 확실한 재료다. 더욱이 이 상장사 대표이사이기도 한 김동관 부회장은 유증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23일 전격적으로 자사주 매입(30억원 규모)을 결정했다. 한화에어로의 몸값은 높아지고, 한화는 더 떨어질 것이란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행태는 삼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SDI는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표 당일 주가는 6% 넘게 빠지며 52주 신저가로 곤두박질쳤다. 증권가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매각 가능 자산이 충분한데도 유증 방식을 취한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중복 상장 문제나 저배당 구조도 해결하지 않고 일반 주주에게 손부터 벌리는 행태는 ‘코리안 디스카운트’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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