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野대권주자 수사 우려에 "국제사회의 이중잣대"(종합)
반정부시위 체포 1879명…중앙은행, 시장 변동성 대응조치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일마즈 툰츠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야권의 대선주자 에크렘 이마모을루(54) 이스탄불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옹호하며 이와 관련한 반정부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툰츠 장관은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이중잣대를 거부한다"며 "공정하고 독립적인 튀르키예 사법부 기관은 신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툰츠 장관은 이마모을루 시장의 구금에 항의하는 야권과 시위대를 가리켜 "일부 세력은 이번 수사가 정치적인 의도로 시작됐다는 여론을 조성하려 하고 사법 절차를 대통령에 연관시키려 한다"며 "이런 주장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툰츠 장관이 이 사안과 관련해 회견을 개최한 것은 지난 19일 이마모을루 시장이 체포된 지 8일 만에 처음으로, 연합뉴스를 비롯해 내외신 소속 기자 50여명이 참석했다.
툰츠 장관이 준비한 원고 낭독을 마치자 취재진이 최근 튀르키예 상황과 관련해 질문을 쏟아내며 회견은 2시간 10여분간 이어졌다.
그는 법원이 발부한 이마모을루 시장의 구금 혐의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구체적 설명은 피하면서도 "혐의의 심각성에 비춰 도주와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판부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지난 23일로 예정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대선후보 당내경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마모을루 시장의 학사 학위증 취소와 경찰 체포가 이뤄진 것이 시기적으로 공교롭다는 지적에는 "사법부가 타이밍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CHP 대선후보로 선출된 점을 두고는 "범죄를 저지를 권리나 면책권을 부여받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툰츠 장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거론하며 야당을 비난한 데 대해선 "대통령은 수사 내용을 보고받지 않는다"며 검찰청 발표로 이미 혐의와 관련한 내용들이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튀르키예 당국이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들을 붙잡아 비난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이날 오전 프랑스 AFP 소속 사진기자 등 언론인 7명이 석방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언론인의 체포와 구금을 원하지 않는다"며 "언론인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이들이고,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가장 근본적인 인권에 속한다"고 말했다.
한 외신 기자가 "헌법이 보장하는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가 체포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메시지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언론인이라고 범죄행위에 연루됐을 때 면책을 누리는 것은 아니며 법률을 따라야 한다"고 받아쳤다.
툰츠 장관은 튀르키예 정부를 향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오해와 편견"이라고 일축하며 튀르키예가 인권을 존중하는 법치국가라고 강조했다.
한편 알리 예를리카야 내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로 성명을 내고 반정부시위가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체포된 인원이 총 1천87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튀르키예 정부의 미디어 규제기관 라디오·TV최고위원회(RTUK)는 최근 CHP가 주도한 집회를 생중계한 쇠스쥐 방송사에 10일간 방송정지 처분을 내렸다. 할크TV, 텔레1, NOW 등 다른 방송사는 CHP 인사들의 발언을 다뤘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영국 BBC 방송은 튀르키예 시위 상황 취재하던 자사 소속 마크 로웬 특파원이 이날 오전 추방당했으며, 이에 대해 튀르키예 당국에 항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로웬은 전날 호텔에 있다가 당국에 끌려가 17시간 붙들려있는 동안 "공공 질서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전했다. 로웬은 "5년간 살며 애정을 가진 나라에서 구금되고 추방되는 것이 괴롭다"며 "언론 자유와 공정 보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임시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익일물대출금리를 44.0%에서 46.0%로 인상하고 리라화·외환 유동성 관리에 나서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제한하고 건전성을 유지할 대응책을 취했다고 밝혔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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