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트럼프 ‘역키신저 전략’에 동맹 분열
러와 우호, 中엔 압박 노리지만
러·中 사이 멀어지게 못 만들고
대서양 동맹만 약화시켜 역효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러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과정에서 보이는 미국의 태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적지 않은 이가 이를 소위 역키신저 전략이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는 냉전기 키신저가 미국과 중국의 화해를 끌어내며 소련과 중국의 관계를 멀어지게 했던 역사적 사례로부터 유래한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관계는 냉전기 세 국가의 관계와 다를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여건도 다르다.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러한 역키신저 전략을 진지하게 유지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미·러 관계 개선의 기미가 있었으나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러 제재를 부과하며 양국관계를 경색시킨 바 있다. 이것이 전술적이었든, 전략적으로 미·러 관계 개선에 큰 의욕이 없었든,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적 리더십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6일 공개된 바와 같이 비인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국 국가안보실 주요 인사들도 대외비 현안을 즉흥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한다.
설사 미국이 실제로 ‘역키신저 전략’을 성공시키며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긴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북한과 이란 등 다양한 ‘현상변경’ 국가들이 중첩적인 전략적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트럼프 2기 국가정보국의 첫 ‘연례위협 보고서(Annual Threat Assessment)’는 좀 더 복합적인 북·중·러·이란의 협력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러시아는 중국에 액화천연가스를 수출해왔고, 중국은 북극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러시아와 쇄빙선 건조 등 다양한 협력을 확대해왔다. 이란 역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무인기를 제공했고, 러시아는 이란에 무기개발, 정보 협력, 사이버 역량 강화 등 주요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왔다. 북한 또한 병력 파병뿐만 아니라 무기 제공 등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제휴 현황은 역키신저 전략만으로 이들의 제휴를 약화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며 좀 더 입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요컨대 트럼프 행정부의 역키신저 전략은 중국과 러시아를 멀어지게 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오히려 대서양 동맹 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서툰 대러시아 접근법, 성급한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협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동맹국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될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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