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돌아온 공매도…"외국인 수급 기대, 단기 변동성은 주의해야"
31일부터 국내 증시에 대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는 2020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대해선 2023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법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법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 유럽 재정위기(2011년 8월), 코로나19(2020년 3월) 등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1년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허용됐지만, 개인과 기관에 대한 공매도 조건이 달라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일면서 2023년 11월 전면 금지됐다. 고금리 환경과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도화선이 됐다.
‘공매도 재개’…5년 전과 뭐가 달라졌나
이번 공매도 재개는 앞선 두 차례의 공매도 재개 때와는 달리 정부가 제도를 개선한 뒤 빗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논란이 됐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대차거래와 개인투자자의 대주 서비스 상환 기간을 90일(연장 시 최대 12개월)로 통일했다. 이를 위반할 땐 과태료(법인 1억원, 개인 5000만원)를 내야 한다. 증권사 대주 담보비율(현금 기준)도 개인과 기관 모두 105%로 통일했다. 또 중앙점검시스템(NSDS)이 도입돼 한국거래소가 실시간으로 매도 가능 잔고와 매매 정보를 검증해 부정 거래를 차단한다. 이에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불공정 거래 우려에 관해 1년 넘게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로 인해 단기 변동성은 높아질 수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9년 공매도 재개당일 코스피 수익률은 1.38%였지만 3개월 뒤 14.7%를 기록했다. 2011년엔 당일 -4.94%까지 떨어졌지만 3개월 뒤 10% 수익률을 기록했고, 2021년엔 같은 기간 -0.66%에서 2.84%으로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9년과 2021년엔 특히 외국인의 대량매수가 유입되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3번의 사례를 볼 때 공매도가 재개되기 한 달 전부터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매가 시작되면서 거래대금 비중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그동안 공매도 금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만큼 대외 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시장 ‘컴백’을 준비중이다. 외국계 펀드는 주식 투자 시 주가 하락을 헤지(손실 회피)하기 위해 롱숏 전략(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취하는 기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투자를 꺼려하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맥쿼리증권 리서치팀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공매도 재개는) 중립 내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한 미국계 투자은행 한국사무소의 고위관계자도 “한국 내 적극적 투자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전략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매도가 재개되면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쏟아지는 매도 물량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공매도를 하지 않으려는 투자자도 매도에 동참하면서 단기적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통상 대차잔고를 공매도를 위한 대기자금으로 보는데 대차잔고가 증가하면서 주가가 빠지는 종목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특정 이슈로 주가만 올랐던 종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한 업종은 한달 내외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형주는 2~3개월간 주가의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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