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하나로 길을 열다… 필리핀 테니스의 희망, 이알라

김양희 기자 2025. 3. 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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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접한 건 순전히 할아버지 영향이었다.

이알라는 "제가 태어난 곳에서 (테니스의) 길을 닦은 사람은 없었다. 어렸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이알라도 나달처럼 왼손으로 테니스를 한다.

이알라는 조금씩 필리핀 테니스의 역사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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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시비옹테크 꺾고 마이애미오픈 준결승 진출
알렉산드라 이알라(필리핀)가 27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가든스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마이애미오픈 단식 8강전에서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마이애미/AFP 연합뉴스

테니스를 접한 건 순전히 할아버지 영향이었다. ‘테니스광’인 할아버지는 지역 클럽에 모든 손자, 손녀를 소개했다. 그들 중 테니스에 관심을 보인 이는 오빠(미코)와 알렉산드라 이알라였다. 테니스 불모지, 필리핀에서 테니스 선수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이알라는 “제가 태어난 곳에서 (테니스의) 길을 닦은 사람은 없었다. 어렸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2005년 5월생의 이알라는 12살 때 프랑스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주는 장학금을 받게 됐다. 13살부터는 지구 정반대의 미국으로 날아가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나달 아카데미에서 실력을 키워 나갔다. 이알라도 나달처럼 왼손으로 테니스를 한다. 이알라는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생활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면서도 “테니스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고, 나달 아카데미는 프로가 되기 위한 좋은 단계였다”고 했다.

이알라는 조금씩 필리핀 테니스의 역사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2022년 주니어 유에스(US)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필리핀 선수로는 최초의 일이었다. 2023년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단식,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필리핀 여자 테니스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66년 이후 57년 만이었다. 당시, 이알라의 나이는 만 17살에 불과했다.

알렉산드라 이알라(필리핀)가 27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가든스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마이애미오픈 단식 8강전에서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와 경기하고 있다. 마이애미/AFP 연합뉴스

키 175㎝의 이알라는 경험을 쌓으면서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27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마이애미오픈 단식 8강전에서 세계 2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2-0(6:2/7:5)으로 꺾었다. 이알라는 2년 전 나달 아카데미를 졸업하면서 시비옹테크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필리핀 선수 최초로 WTA 투어 준결승에 오른 이알라는 이로써 다음주 발표되는 WTA 투어 단식 랭킹에서 100위권 이내로 진입하게 된다. 이 또한 필리핀 선수 최초의 기록이다. 현재 WTA 투어 단식 100위권 이내 10대 선수는 마야 조인트(호주) 뿐이다.

마이애미오픈은 4대 메이저대회 바로 아랫 단계의 투어 대회다. 이알라는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2회전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25위·라트비아), 3회전에서 매디슨 키스(5위·미국)를 눌렀고, 16강전에서는 파울라 바도사(11위·스페인)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8강에 진출했다. WTA 투어 대회에서 와일드카드로 나온 선수가 메이저대회 우승자 3명을 연달아 꺾은 것은 2023년 윔블던 때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 이후 이알라가 두 번째다.

이알라는 8강전이 끝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확실히 큰 진전이 있지만 이것이 굳건하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저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계속 노력해야만 하고, 이 길을 계속 가다 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이렇게 오랫동안 큰 대회에서 살아남은 적이 없어서 정말 즐겁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동기를 부여받고 있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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