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손현보…보수 부산 교육감 후보 출정식 총출동
부산시교육감과 서울 구로구청장 등을 선출하는 4·2 재보궐선거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인사들이 개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연간 예산 5조원을 다루고 지난해 4월1일 기준 부산 유치원과 초등·중·고등학교 993곳 32만9천여명과 2만5천여명의 교원을 이끄는 수장을 뽑는 것인데 정치·종교판 선거로 변질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0일 오후 4시 부산 부산진구 동해선 부전역 앞에서 열린 보수 성향 정승윤 후보의 출정식이 정치·종교판 선거의 절정을 이뤘다.
이날 출정식엔 지난해 12월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역사 강사 전한길씨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세이브코리아 대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무대에 올랐다. 정 후보도 2시간 30분 동안의 출정식에서 교육 공약이나 교육 정책 발언을 하지 않았다.
전씨는 “4월2일이면 우리 윤 대통령께서 탄핵 각하나 기각이 되어 직무 복귀해서 국가 시스템이 정상화될 무렵이다. 그때 윤 대통령 지지율이 되게 중요하다. 윤 대통령 지지율도 올려드리고 자유민주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4월2일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우파가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헌법 77조에 대통령이 계엄령을 할 수가 있는데도 좌파들이 내란이라고 덮어씌워서 현직 대통령을 감옥에 집어넣어 버렸다. 윤 대통령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지켜야 하고 부산시민들은 정승윤을 반드시 부산시교육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이브코리아는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 29일 부산시내 곳곳에 김 후보를 비방하는 문구와 함께 투표로 심판하자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출정식에 앞서 오후 3시께 부산 부산진구 정 후보 선거사무소에선 손 목사 등 8명의 목사가 정 후보 승리를 기원하는 예배를 하고 2023년 7월부터 13대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회장을 맡은 정 후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의 승리를 기원하는 안수기도를 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예배에 참석해 찬송가를 따라 불렀다.
안수기도는 개신교 목사가 개신교 신자를 대상으로 특별히 하는 기도인데, 손 목사가 불교 신자인 정 후보에게 안수기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신교 안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개신교 목사는 “정 후보가 회심하고 하나님을 영접했으면 모를까 불자 회장에게 안수기도한 것은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신교 목사는 “대한민국은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나라여서 종교계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목사가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 후보는 2월 1·15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 올라 윤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정 선거 의혹 발언을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윤 대통령 석방 결정)한 7일에는 윤 대통령 관저 앞에서 ‘대통령 석방 탄핵 무효’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이강산 구로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했다. 그는 “이 후보가 구로구의 유일한 보수 후보다. 대한민국 자유 우파가 똘똘 뭉쳐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30일 기자들을 만나 “이 후보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났는데, 학력도 좋고 인물도 훤해 좋아하는 친구다. 구로구에서 보수의 유일한 후보가 이 후보다. 보수대통합을 이뤄야 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지원 유세에 나섰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이 지난해 10월 주식 백지신탁 관련 소송에서 패소해 “명예도 좋지만 평생 가꿔온 회사를 하루아침에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로 취임 2년 만에 자진 사퇴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 한동훈 당시 대표는 “죄송하다.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이런 사람이 절대 공천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4월2일 재·보궐선거가 윤 대통령 탄핵과 맞물리면서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28~29일 사전투표율은 7.94%에 그쳤다. 재·보궐선거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열한차례 재·보궐선거 가운데 네번째로 낮다. 5.9%를 기록한 2017년 4월 이후 치러진 여섯차례 재·보궐선거 가운데는 가장 낮다. 세차례 치러진 교육감 재·보궐선거를 기준으로 하면 이번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가장 낮다. 5.87%다. 앞서 2023년 4월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는 10.82%,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8.28%였다.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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