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 한계···생산 기업 책임 키워야 폐기량 준다

2025. 3. 2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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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1991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도입됐고 우리나라는 2003년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종량제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결합되어 분리배출 및 선별, 재활용 체계를 관리하고 있다.

분리배출을 했는데 재활용은 안 되고 있고, 그런데도 생산자의 재활용 책임은 이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재활용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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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돈 내는 종량제와 공짜로 버리는 재활용품
분리배출 이전 폐기량부터 줄이려고 해야
돈으로 때우고, 실질적 재활용 부족한 EPR
대상 품목 확대하고 재생원료 사용도 강화를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4주 단위로 목요일 연재합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의 모습. 이한호 기자

쓰레기종량제는 쓰레기를 배출하는 주민들의 책임을 강조하는 제도다. 재활용품은 공짜로 배출하고, 종량제 쓰레기는 버린 만큼 돈을 내게 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나름 성과도 괜찮았다. 그렇지만 완전하지 않다.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분리배출 촉진을 위해 공짜로 재활용품을 내놓게 하면 재활용 쓰레기 발생량은 계속 증가하고 지자체 재정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수집과 선별, 재활용 과정에서도 오염물질은 배출된다.

재활용된다고 하더라도 쓰레기는 쓰레기다. 재활용이 능사가 아니다. 분리배출 이전에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활용된다는 이유로 공짜로 버릴 수 있게 하면 굳이 쓰레기를 줄여야 할 필요를 주민들이 느낄까? 소비를 많이 해서 쓰레기를 많이 버린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이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게 맞는 걸까? 주민들에게만 쓰레기 처리의 책임을 묻게 되면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 때 쓰레기 처리 관련해서 책임감을 느낄까?

주민들과 지자체 둘이서 지지고 볶는다고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쓰레기 문제 책임의 확대가 필요하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일까? 소비가 아니라 물건을 만들 때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생산자가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들어와야 한다. 이게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대두되고 도입된 배경이다.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생산단계에서 감량과 재활용을 고려한 설계를 하게 된다. 또 제품 가격에 재활용 비용을 포함시켜 팔게 되면 재활용에 필요한 돈을 소비자로부터 쉽게 조달할 수 있으니 지자체의 재활용품 재정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재활용품을 많이 배출하는 소비자는 재활용 비용을 그만큼 많이 낸 게 되니 쓰레기 종량제에서 실현하지 못한 비용 부담의 형평성이 완성된다.

플라스틱 페트병 26개를 모으니 1㎏이다(왼쪽). 이 페트병 제조기업이 재활용 책임 비용으로 내는 돈은 148원에 불과하다. 기자의 손바닥에 놓인 100원과 50원짜리 동전이 전부다. 김하겸 인턴기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1991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도입됐고 우리나라는 2003년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종량제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결합되어 분리배출 및 선별, 재활용 체계를 관리하고 있다. 두 제도를 축으로 재활용량을 늘리고 재활용 시장을 발전시킨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발전된 재활용 제도와 인프라를 갖춘 나라로 호평받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성과에 안주하면 안 된다. 순환경제의 높은 목표를 생각하면 서둘러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재활용공제조합에 가입해 돈으로 쉽게 재활용 책임을 때우는 형식적 책임이라는 비판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제품이 실제 재활용이 안 돼도, 같은 범주 내 다른 제품 재활용 실적에 묻어가는 무임승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대상 품목이면서 복합재질이거나 부피가 작아서 선별되지 않는 제품이 부지기수다. 분리배출을 했는데 재활용은 안 되고 있고, 그런데도 생산자의 재활용 책임은 이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재활용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회용 커피캡슐처럼 재활용 책임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사각에 놓인 제품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생산자의 실질적 재활용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대상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재활용이 되지 않는 포장재는 사용을 금지해야 하고 재생원료 사용 의무는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수거 및 선별시스템으로 회수가 어려운 품목은 거점 등을 활용하여 따로 모으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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