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선거권 박탈’ 피한 이재명…윤 탄핵결과 기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한 번 살아 돌아왔다. 26일 서울고법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무죄 선고로 이 대표는 2022년 9월 검찰 기소 이후 2년6개월간 짊어져 온 최대 사법리스크를 당분간 벗게 됐다. 향후 10년간의 피선거권 박탈을 지목했던 1심(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180도 뒤집혔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법정을 나와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데 대해 참으로 황당하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 사실상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특히 감형이 아닌 무죄라는 점에서 “검찰의 억지 기소”라는 이 대표 측 주장도 힘이 실리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소감 말미에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공력 낭비를 하지 말라. 사필귀정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장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민생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지연으로 한동안 외부 행보를 자제하던 이 대표는 이날 법원을 나서자마자 경북 안동 산불 진화 현장으로 갔다. “검찰과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 조작하고 사건 조작하느라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나.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이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강조한 직후다. 안동은 이 대표의 선산이 있는 고향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안동체육관 이재민 방문 직후 “내일은 산불피해 대책에 집중하기 위해 본회의를 열지 않고, 도보행진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야당, 434억원 대선보조금 반환부담 덜어
민주당은 크게 환호했다. 지난 대선 기간 썼던 정치자금(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우려도 상당 부분 덜게 됐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를 옭아맸던 거짓의 올가미가 마침내 끊어졌다”며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에 경종을 울린 법원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친명계에선 “이제 파면입니다. 국민이 이깁니다”(김민석), “법과 원칙의 정의실현”(최민희) 등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비명계 잠룡도 “당원으로서 한시름 덜었습니다”(김부겸 전 국무총리), “애초부터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보복성 수사이자 무리한 기소”(김경수 전 경남지사), “검찰의 과도한 기소를 이제라도 바로잡아 다행”(김동연 경기지사) 등의 환영 입장을 냈다.
반면에 이 대표의 유죄를 자신했던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유감스럽다. 항소심 재판부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를 용도변경했다고 한 건 명백한 허위사실인데, 어떻게 무죄가 됐나”라며 “2심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고,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 주자들, 이재명 비판…용산 무반응
잠재적인 여권 대선 주자도 가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대선 주자가 선거에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고 썼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치인 진퇴는 판사가 아닌 선거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떠오르게 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 대선 가도의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해 조기 대선을 확정지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탄핵안이 각하 또는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 재판관 8명 중 3명 이상이 기각 혹은 각하 결정을 내리면 탄핵안은 인용되지 못한다. 특히 지난 25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안에 대한 헌재 판단이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으로 갈리면서 “헌재 재판관의 이견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당초 3월 중순으로 예상됐던 선고기일이 26일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점도 ‘재판관 충돌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경우, 조기 대선은 무산되며 이 대표는 차기 대선이 열릴 때까지 또 다른 사법리스크와 싸워야 한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항소심 재판이 이미 시작됐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선거법 항소심 선고 결과에 반색하기에는 지금 헌재 상황이 예측불허다. 민주당은 이번 항소심 결과도 헌재를 압박하는 근거로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헌재에도 신속한 선고기일 지정을 촉구한다. 국민이 내란 수괴 파면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새롬·김나한·조수빈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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