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10억달러 청구서 내민 날, 최태원은 ‘3가지 거래’ 제안했다
2월 경제사절단 뒷얘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최근 재계 최고경영자(CEO)로 구성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 워싱턴DC를 다녀온 뒤 밝힌 소감이다. 최 회장은 “미국도 정부와 기업이 뭉쳐 대응하고 중국도 이미 그렇게 하는데 우리만 각자도생할 순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회장 취임 4주년을 맞아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다.
최 회장은 간담회에서 지난 2월 방미 당시 백악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난 뒷얘기부터 전했다. 당시 러트닉은 사절단과 한 차례 취소됐다 다시 잡은 면담에서 “(한국 기업마다)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내면 익스프레스(express·급행)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며 “당시 사우디 정부가 주최한 마이애미 포럼에 트럼프가 참석하는 바람에 백악관 인사 상당수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러트닉이 당시 장관 취임 선서를 하기도 전에 시간을 내어 준 건 그만큼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트닉과 만난 자리에서 ①트럼프 1기(2017~2021년)와 조 바이든 대통령 시기까지 8년간 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 적자의 80%를 외국인 직접투자(FDI) 형태로 미국에 재투자 ②에너지 등 미국 상품 수입 확대 ③조선·에너지·원자력발전·인공지능(AI)·반도체·모빌리티·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6대 분야에서 양국의 사업 확대 가능성 등 3가지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러트닉에게 “한국만큼 아이디어를 준 곳은 없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다만 미국과 관계도 어디까지나 거래(trade)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대미 투자를 늘리면 미국의 무역 적자도 늘어나는 구조란 점을 미국도 알아야 한다”며 “투자를 대폭 늘린다기보다 기존에 하던 대로 할 것이다. 에너지도 미국산 수입을 늘린다기보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등 수입 비중을 조절하는 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갈등 심화 속 중국 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선택을 강요받는 것은 포지션(위치)이 안 좋다”며 “냉정하게 얘기해 지금 포지션이 돈이 되는지 판단해 각자 거기에 맞춘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벌 수 있는 확률과 기회가 많이 있다고 하면 상황이 어떻다고 해도 (중국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에 글로벌 CEO가 집결한 사실을 예로 들면서다.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제조업 공동화(오프쇼어링) 우려에 대해선 기존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값싸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모델의 수명이 다해간다”며 “AI를 제조업에 도입해 차별화할 수 있다면 어디에 공장을 만들어도 유리하고, 오프쇼어링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로 규제에 대해서는 “출근하는데 꼭 버스만 타야 한다는 룰이 있다면 어떻겠느냐”며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법은 항상 취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규제가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규제는 자유를 추락시키고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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