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 만에 첫 완봉승 거둔 임찬규 "돌아가신 아버지께 전해드리고 싶다"

강태구 기자 2025. 3. 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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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 / 사진=강태구 기자

[잠실=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돌아가신 아버지께 전하고 싶다"

임찬규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9이닝 2피안타 5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이날 임찬규는 100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41구, 커브 28구, 슬라이더 6구, 체인지업 25구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km가 나왔다.

이로써 임찬규는 2025시즌 첫 등판을 데뷔 첫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경기 후 임찬규는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찬규는 "완봉을 생각하고 던졌던 것은 아닌데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던졌더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어찌 됐건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완봉인데 이렇게 할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다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찬규는 8회를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가 염경엽 감독과 말을 주고 받았다. 임찬규는 "감독님께서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건데 어떻게 해보겠냐'고 하셔서 저 역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도전을 수락하셨을 때 심장이 크게 뛰었다. 더 긴장됐지만, 최대한 누르려고 노력했고 되게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임찬규는 9회에 올라와서 선두타자 김태연을 공 1개로 정리했고, 이후 문현빈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투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마지막 타자인 플로리얼도 투수 땅보로 잡아내며 자신의 힘으로 완봉승을 이뤄냈다.

임찬규는 "공이 나한테 날아오면 다 잡아내겠다는 마음이 나왔던 것 같다. '평소에는 왜 안그래'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때 나오는 다른 감정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몸이라도 다 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잡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사실 올라가서도 의심은 들었다. 완봉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열심히 던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감정이 달라지긴 했었는데, 최대한 평소처럼 던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LG는 9회에 교체 마지노선을 두 명의 타자 출루로 정했다. 임찬규는 "코치님께서 2명정도가 출루되면 바꿀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고, 그 전에 한 번 방문해서 정해보자고 말해주셨다. 중간 투수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운이 좋았다'며 겸손한 태도도 보였다. 그는 "문현빈 선수는 정말 정면이었기에 잡아낼 수 있었다. 코스도 행운이 따랐던 것 같다. 플로리얼의 타구도 되게 잘 맞은 타구였는데 다행인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임찬규는 한화 상대로 최근 3년 간 2점대의 평균자책점을 보여주며 한화 킬러로 자리하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그는 "그냥 던지다 보니 행운도 많이 따랐다. 비결이 있다면 모든 팀한테도 접목이 되야 하는데 그렇진 않다. 그냥 요소요소 행운이 많이 따라줬던 것 같다"고 했다.

올해로 15년 차인 임찬규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출발로 시즌을 맞이했다. 임찬규는 "사람마다 목표가 있다. 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질 때, 던지고 싶다는 상상을 할 때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고, 누구보다 좋은 기록을 써나갈 때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매년 조금씩 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좀 기쁘더라. 그래서 그걸 항상 목표로 가지고 있고, 재작년보다 작년, 작년보다 올해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고 싶고, 내년 이맘때 조금 더 성장한 저를 상상하면 행복해서 이걸 목표로 항상 달리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야수진에 대해선 "우리 수비들이 정말 탄탄한 것 같다. 겨울부터 스프링 캠프까지 수비들이 이렇게 땀 흘리면서 연습하는 모습을 봐왔고, 이렇게 수비가 완벽한 팀에서 던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며 "오히려 더 믿고 던질 수 있다. 좋은 결과를 따라오게 해준 수비 선수들한테 정말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임찬규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최근 빠른 구속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임찬규와 같이 공이 빠르지 않는 투수들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임찬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케이스마다 다른데, 젊은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매진을 했으면 좋겠다. 아직 미래가 창창하기 때문에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반대로 중간을 넘어가는 선수들은 이제 살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그게 본인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고, 시합을 나갈 수 있는 길이다. 잘 연구해서 타자와 승부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피칭이라는 게 강속구도 있고, 여러가지 좋은 변화구도 있지만, 타자와의 운영 승부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들을 많이 노력하다 보면 모든 면에서 좋을 것 같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누가 먼저 떠올랐냐'라는 질문에 임찬규는 "(박)동원이 형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실 인플레이 타구가 나와서 동원이 형과 포옹하길 바랬는데, 나에게 공이 와 오스틴과 마무리 포옹을 했다"고 웃으며 "그렇지만 오스틴이 너무나도 격렬하게 축하해 줘 고맙다. 나중에는 동원이 형과 세리머니를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 직관을 온 어머니와 친누나, 그리고 보시지 못하는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오늘 완봉승은 돌아가신 아버지께 꼭 전해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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