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에 쏠린 눈

백유진 2025. 3. 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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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10억 달러 투자로 관세 사정권 벗어나
현지시각 26일 HMGMA 준공식 개최 예정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 겁니다. 그 결과 현대차는 어떤 관세도 안 내도 됩니다."

지난 24일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옆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국 기업인 중 최초로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대미 투자를 발표하며 큰 관심을 모았죠.

과감한 현지 투자…관세 부담 덜었다

이번에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은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이 결정한 첫 대규모 투자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누구보다 발 빠르게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트럼프 관세' 때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책정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국을 포함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큰 나라를 대상으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인데요. 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미국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이에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전반의 현지화를 가속화함으로써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보면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3개 분야로 나뉩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분야는 철강이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부품·물류·철강 분야에 61억 달러를 배정하고, 이중 50억 달러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가 루이지애나에 새로운 제철소를 짓기로 했다"며 "이 공장은 매년 270만톤 이상의 철강을 생산하게 될 것이며, 미국 철강 노동자들에게 14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죠.

특히 철강은 트럼프 관세의 직격타를 맞은 분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외국산 철강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각국과 합의해 적용해 온 예외와 관세 면제도 전부 없애며, 한국이 철강에 대해 적용받던 기존 면세 쿼터(연간 263만톤)도 폐기됐죠.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처음으로 제철소를 세워 현지 생산함으로써 관세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HMGMA에 힘쏟는 이유

가장 투자 규모가 큰 분야는 총 86억 달러를 투자하는 '자동차'인데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밖에 앨라배마공장, 조지아공장 등 기존 공장의 보완 투자도 진행해 향후 120만대 생산 체제 기반을 확보하겠단 목표죠.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자동차 관세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약 170만대였는데요. 이중 41.9%는 현지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58.1%는 한국 등에서 수입됐습니다. 예정된 대로 120만대 생산 체제를 확보하게 되면, 판매 물량의 70%를 관세가 없는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현지 생산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관세 부담은 줄겠죠.

생산 능력 확대의 핵심인 HMGMA는 그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현지 투자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제조업 르네상스'의 사례로 HMGMA를 꼽고, "현대차도 미국 내에서 생산 현지화를 할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에는 HMGMA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투자가 결정된 프로젝트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26일(현지시각) 예정된 HMGMA 준공식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최고경영자(CEO)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총출동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HMGMA에서는 향후 미국 시장에 공급할 전기차 위주로 생산하고, 점차적으로 차종을 확대할 전망입니다. 지난 20일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HMGMA 공장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9을 생산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혼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죠.

현대차·기아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미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 3000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인데요. 지난 2월까지 누적 판매는 약 2930만대에 달합니다. 작년 현대차 91만1805대, 기아 79만6488대를 판매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이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대규모 투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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