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정의선 31조 ‘퍼스트 투자’…관세장벽 트럼프 웃었다
‘트럼프 관세’의 힘은 셌다. 한국의 대미 수출품목 1위(지난해 327억 달러)인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9일 앞두고 현대차그룹이 210억 달러(약 30조8500억원)짜리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가 강력하게 효과를 내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자동차 생산설비 증대 및 현대화에 86억 달러 ▶루이지애나주에 270만t 생산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립하는 등 부품 및 물류에 61억 달러 ▶미국 자율주행·AI기업 투자 및 미시간주 소형모듈원자로(SMR), 텍사스주 태양광 발전소 건설(63억 달러) 등에 투자된다. 또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해 국내외 완성차·철강 공장 등에 쓸 예정이다.
트럼프 관세폭탄은 피하지만…한국 일자리 줄어들 가능성
이날 정 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연설할 기회를 주셔서 대통령께 감사하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후 3분40초간 트럼프 대통령과 16차례 눈을 맞추며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오는 26일(현지시간) 준공될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소개하며 “이 결정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 서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시작됐고, 2020년 다보스에서도 신공장에 대해 얘기했었다”고도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훌륭한 기업”이라며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자동차를 생산하니 (미국 생산분에 대해선) 어떤 관세도 안 내도 된다”고 답했다. 또 정 회장을 향해 “만약 인허가 문제로 어려움이 생기면 나를 찾아오라. 내가 바로 해결해 주겠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번 투자 발표는 단일 투자 기준 현대차그룹 사상 최대 규모다.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39년간 205억 달러를 투자한 현대차그룹이 그보다 더 많은 대미 투자를 이번에 약속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170만829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국내외 판매량 723만1248대의 23.6%에 달해 단일 국가 중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내수 판매량(124만5020대)도 훌쩍 넘는다.
이러다 보니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엔 치명적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 중 한국산은 99만5477대(비중 58.3%), 미국 현지 생산 차량은 57만1121대(33.4%)였다. 신용평가사 S&P는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줄어들 수 있다고 지난해 분석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 회장이 직접 대미 투자를 밝힌 건 장기적인 현지 생산 기조를 강조해 당장 다가올 관세에 부분적인 예외를 노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 보따리를 받았지만 한국 사정은 정반대다. 지난 1월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의 국내투자를 올해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국내 생산량을 10만 대 줄여도 1년간 약 3000명의 유휴 인력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에 한국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형국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현대차는 매년 2000명가량의 정년퇴직으로 충격을 완화하려고 하겠지만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대차그룹은 이제 한국에서 물건을 가져와 파는 회사가 아니라 소재부터 중간 원료, 완성차 제조까지 총체적 공급망을 구축한 미국 제조기업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한국으로선 우려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보니 고용 안정을 위한 장기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김효성·오삼권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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