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물 추가시 韓 어선 조업 불가"…中, 서해서 남중국해식 '알박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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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법 협약 위반"…재판 회부 주장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서 15년 간 근무한 김두영 전 ITLOS 사무처장은 25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중국의 서해공정 긴급 대응 토론회’에서 "중국이 향후 12개의 구조물을 촘촘히 배치할 경우 구조물 주변 구역에서 우리 어선의 조업은 불가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잠정조치 수역에 대형 철제 구조물 2기를 건설한 중국이 10기를 추가로 건설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가정한 계산이다.
김 전 처장은 "중국이 각 구조물 주위에 500m의 안전지대를 설정하면 구조물의 안전지대는 1.07㎞의 직경을 갖게 된다"며 "12개 구조물을 가로 4개씩, 세로 3개씩 설치할 경우 구조물과 안전지대를 합친 면적은 13.74km²에 달하게 된다"고 관측했다. 이어 "우리 어선 입장에선 잠정조치 수역이 사실상 조업 금지 구역처럼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처장은 중국의 구조물 설치가 "유엔 해양법 협약 위반"이라고도 지적했다. 유엔 해양법 협약 60조는 "연안국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구조물을 건설할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중의 EEZ가 겹치는 잠정조치 수역에선 중국이 구조물을 지을 권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 전 처장은 "ITLOS 중재 재판 회부 등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전날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와 만났다며 "다이 대사가 해당 구조물에 대해 ‘양식용’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남 교수는 "수도권을 압박해 우리 함정과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 이동을 차단하는 국제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나 의원은 이날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무단 설치 규탄 및 즉각 철거 촉구를 통한 서해주권 수호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주권적 권리가 침해된다면 비례적 대응을 비롯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도 "해양 분쟁의 씨앗을 심으려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박경미 대변인 서면 브리핑)고 밝혔다.
정부, 법적 대응에 회의적
다만 정부는 해당 구조물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중은 2015년부터 해양경계 획정 회담을 13차례 개최했지만,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해양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양국 EEZ가 겹치는 잠정조치 수역에서 중국의 구조물 설치를 문제삼을 수 있는 근거는 유엔 해양법 협약 정도뿐이다. 그러나 해당 협약에도 구조물 설치를 막을만한 명시적인 규정을 찾는 게 마땅치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 83조에는 EEZ 획정 분쟁과 관련해 "과도적인 기간 동안 최종합의에 이르는 것을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과거 판례에 기반할 때 굴착 등 '해양 환경에 영구적인 물리적 영향'을 초래하는 행위는 83조 위반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중국이 설치한 구조물은 바다에 떠있는 부유물 형태라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1년 체결된 한·중 어업 협정 또한 해양 경계 획정이나 영유권과는 관련이 없는 어업 관련 협정이라 이번 사안에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법적 대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유리한 판단을 끌어내더라도 중국이 아랑곳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했던 중국은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필리핀에 패소했지만, 판결에 전혀 따르지 않고 구조물을 늘리고 있다. 법적 쟁송보다는 외교적,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최근 국내정치적인 분위기와 연계해 반중 정서를 키우는 소재로 이번 사건을 활용하려는 시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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