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의상대사가 세운 천년고찰 고운사 전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하회마을 소방차 대기하고 초가지붕 물 뿌려놓는 등 ‘비상’ 법무부 “안동-청송 교도소 수감자 3500명 이감”
경북 안동시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IC 부근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독자 제공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25일 인접 지역인 경북 안동시 전역으로 번져 안동시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불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하회마을 8km 앞까지 접근하면서 관계 당국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의성군에 위치한 천년 고찰 고운사는 완전히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 청송군과 영양군에서는 산불에 희생된 사망자가 발견되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25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22일 오전 11시 25분경 의성군 안평면의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의 영향으로 안동시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안동 시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안동시는 “산불이 우리 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전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라”고 주민들에게 안내했다. 그러면서 “창문 닫기,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등 안전에 각별히 유의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동시는 또 같은 날 오후 6시 45분 재난 문자를 통해 “현재 산불 확산으로 인해 전기 및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들께서는 엘리베이터 이용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나흘째 산불이 강풍과 함께 불길이 더 거세지고 있다. 25일 오후 경북 안동 길안면 백자리 마을 전체가 산불로 전소될 위기에 놓이자 소방관들과 주민들 모두가 대피하고 있다. 하늘마저 불길을 머금은 듯 붉은 연기들이 자욱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불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하회마을 8km 앞까지 접근했다. 안동 병산서원과 하회마을 앞 낙동강에서 소방헬기가 물을 퍼 나르며 마을에 불이 붙지 않도록 총력 대응에 들어갔다. 마을 내 소화전 30곳도 전부 개방했다. 마을에는 소방차 10대와 소방대원 54여 명이 대기 중이며, 당국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마을 가옥 주변에 살수 중이다.
안동시청 공무원들도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이 있는 풍천면에서 대응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안전방재과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상황실도 설치했다.
주민들은 거동 불편자를 우선으로 미양면 강덕리의 도농교류센터로 대피했다. 나머지도 대부분 대피한 상태다. 현재 국가유산청 민속유산팀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문화재 소실 우려에 따라 병산서원 현판 등은 세계유교문화박물관으로 이송이 완료됐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고고연구실과 경주문화유산연구소, 중원문화유산연구소, 국가유산청 건축유산팀 등 국가유산청 소속 직원 30여 명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산불 피해 위험 지역인 안동 봉정사로 이동했다.
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에 강풍이 불어 주변 산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소방관계자들이 대피 명령이 내려진 마을을 통제하고 있다. 2025.3.25/뉴스1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시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인 경북 청송군으로까지 번졌다.
청송군은 불길이 확산되자 “전 군민은 산불과 멀리 떨어져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란다”고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후에도 청송군은 여러 차례 주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보내 “강풍으로 인해 산불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지금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송군 파천면에서는 산불 피해자로 추정되는 60대 여성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산불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영양군에서도 화마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4구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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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확산하면서 지역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에 대한 이감 절차도 이뤄졌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경북북부 제1~3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 안동교도소 재소자 총 3500여 명을 대피시켰다.
25일 오후 경북 안동 전역에 강풍이 불어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2025.3.25/뉴스1
현재까지 집계된 의성 산불 피해 면적은 1만2565㏊로,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2만3913㏊), 2022년 울진·삼척 산불(2만523㏊)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다.
산불이 확산하면서 천년 고찰 고운사도 완전히 불에 탔다. 고운사는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로, 681년 신라 승려인 당나라 유학파 의상이 창건한 사찰이다. 고운사 전각 연수전은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돼 있다.
고운사가 전소되기 전 보물 석조여래좌상 등은 영주 부석사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승려 등은 대피했다.
옥산면에서는 산불로 인한 상수도 시설 손상으로 2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단수된다고 의성군은 밝혔다.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은 성묘객의 실화로 파악됐다. 한 성묘객이 묘지 정리를 하다가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은 25일 오후 6시 기준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이 68%라고 밝혔다. 진화헬기 76대, 인력 3708명, 진화차량 530대가 진화 중이다.
경북 의성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국가기상위성에 산불로 인해 주변이 시커멓게 탄 모습과 연기가 동해 멀리까지 확산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출처 국가기상위성센터
이 외에 영양군, 영덕군 등 경북 곳곳에서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영양군은 “석보면 지경리에서 석보면 원리리로 산불이 확산 중”이라며 “석보면 지경리, 원리리 인근 주민은 즉시 영양읍 영양군민회관으로 대피 바란다”고 했다.
영덕군도 대피명령을 발령하고 “산불이 확산한다”며 “모든 영덕군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 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또한 포항시는 남구, 북구 주민들에게 “의성 산불로 인해 포항 북구 죽장면, 기북면, 송라면 등 직간접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시민들께서는 대피와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포항시는 산불로 인해 북구 송라면 지경 삼거리에서부터 7번 국도 영덕 방향이 통제된다고도 안내했다.
한국철도공사도 경북 지역 산불로 ‘동해선 동해-포항 구간’, ‘중앙선 영주-영천 구간’ 운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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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 등의 영향으로 진화되지 않자 산림청은 25일 오후 4시부로 전국 모든 지역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거나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때 발령된다.
국가유산청도 25일 오후 전국에 국가유산 재난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의성군, 안동시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때문이라고 국가유산청은 설명했다. 국가유산 재난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구분되며, 심각 단계는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