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두 번째 기사회생…당내 ‘플랜B’ 주장 설 자리 잃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 앞에는 민주당 의원 65명이 도열해 의원총회를 방불케했다.
이 대표가 "산불 대응에 총력을 다해달라"며 당 소속 의원들에게 법원에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지난해 1심 선고 때와 비슷한 숫자의 의원들이 이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법원 앞에 모여 이 대표 응원에 나선 것.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거법 2심 무죄로 또 법원서 정치적 회생 성공
李 “정권이 나를 잡으려 쓴 역량 국민에 썼어야”
판결 뒤 고향 안동 찾아 산불 위로…대선행보 재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6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당연한 일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돼 참으로 황당하다”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향해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면서 일극체제를 공고히 한 이 대표는 곧바로 산불이 발생한 자신의 고향 경북 안동을 찾는 등 대선 행보를 재개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는 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집결했다. 이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법원 앞에 모여든 이들은 이 대표가 법정에 들어간 뒤에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1시간 반가량의 선고문 낭독이 끝나자 두 줄로 도열해 법원을 나서는 이 대표를 배웅했다. 이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의원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입장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며 자동차로 향하던 이 대표는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 모여드는 의원들을 보고 다시 돌아와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당 관계자는 “당분간은 이 대표를 옥죌 사법 리스크가 없는 만큼 ‘이재명 일극체제’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아킬레스건으로 꼽혀 온 사법 리스크의 중대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10월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한 발언으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사건이 파기환송되면서 구사일생한 데 이어 이날 판결로 다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와 재판부를 향해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경쟁적으로 환영 입장을 냈다. 친명(친이재명)계 정청래 의원은 “신은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고, 김승원 의원은 “다시 살아돌아 온 이 대표님”이라고 했다. 안호영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이재명 죽이기’라는 집요한 정치탄압 작전이 법 앞에 무너졌다”고 했다. 비명계 고민정 의원도 “표적 수사와 정적 죽이기가 진실을 덮을 수 없다”고 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항소심에서 1심 유죄 판결이 모두 뒤집힌 만큼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형 선고 상황을 가정한 비명계의 ‘후보 교체론’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법원의 판결 직후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시를 찾아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면서 민생 행보에 나섰다. 이 대표를 만난 한 여성 이재민은 “빨리 오셔야지 왜 이제야 왔나”라며 “지금 집이 다 탔다. 진짜 돌아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주거지원 등을 당부하며 “회장님(이 대표)은 다 할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너무 뻔뻔한 것 같아 미안하다”는 이재민에게 “평생 세금 내셨지 않나. 당당하게 요구해도 된다.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인적 고난은 한 차례 넘겼지만, 산불 피해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떠올리니 걱정이 앞선다”고 적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줄탄핵은 강경 노선의 당에 맡기고, 이 대표는 경제,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투 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한국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제 사법 리스크의 굴레를 벗은 만큼 중도 외연 확장 행보를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장했다고 허위는 아니다” 대법판례 끌고 온 이재명 2심
- 결국 지리산도 뚫렸다…천왕봉 바로 아랫마을 대피령
- 요양원 차 두 대로 필사의 탈출…뒷차가 불길 못 피했다
- 산불진화 헬기, 용량 작고 노후…추락 기종은 30년 운항
- 尹 탄핵선고 이번주 어려워…4월 2일 재보선 이후 유력
- 고대 “미복귀 의대생 28일 제적 처리”…300∼350명 달해
- [단독]선관위, 전국 216곳에 관사 운영…전세금만 54억원
- ‘반얀트리 화재’ 수사받던 소방관 숨진채 발견…심경 메모 남겨
- “건기식 유행 따라 먹으면 위험…복용약과 충돌 가능성”
- 美 정보-국방수장 순방에 한국은 ‘패싱’…고위급 소통 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