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서 이기려면 회사 출근, 주 60시간 일해야”

변희원 기자 2025. 3. 2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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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공동창업자 브린 강조

“적어도 평일에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좋고, 주당 60시간이 생산성의 최적점이다.”

지난달 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는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개발하는 사업부에 ‘주 60시간 근무’를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60시간이면 주 5일 출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2시간씩 근무를 해야 한다. 그는 “AI 경쟁이 엄청나게 가속화되었고 이제 마지막 레이스가 시작됐다. 우리는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린 창업자가 주 60시간 근무를 주장하는 것은 치열한 AI 개발 경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과 맞물려 재택근무, 유연 근무제 등 출근 복지를 강조하던 테크 기업들이 AI 개발 경쟁 때문에 근무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이 하루 건너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속도전과 순위전을 동시에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크런치는 “오픈AI는 12월에만 12개의 서비스를 내놨다”며 “AI 모델이 출시되자마자 성능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직원의 업무 강도가 강해졌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오픈 AI에서는 주 6일 출근하면서 퇴근 시간을 한참 넘겨서까지 일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AI 서비스 공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혹독한 개발 일정을 잡기 때문이다. 오픈AI와 메타 등 경쟁사에서 AI 우위를 되찾기 위해 구글도 이미 업무 강도를 높였다. 구글 검색 책임자인 프라브하카르 라가반은 지난해 “제미나이의 직원들이 버그(오류)를 수정하려고 주당 100시간 근무에서 12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늘렸다”며 “그 덕분에 열흘 만에 문제의 80%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그록의 xAI의 그레그 양 공동 창업자는 새벽에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3:14am gang’이란 메시지를 올렸다. ‘오전 3시 14분에도 일하는 사람 손들어’란 의미. 여기에 “난 오전 3시 16분인데 일하고 있다, 여긴(AI 업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난 오전 6시 15분”이라는 댓글이 달렸고, 머스크는 “멋지다”는 답글을 남겼다. 두 달 후 xAI는 추론 능력을 강화한 AI 모델 ‘그록3’를 출시했다.

AI 기업들의 생산성 경쟁은 중국발(發)‘딥시크 충격’ 때문에 더 거세지고 있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이 미국의 기술 제재를 받는 와중에도 앞다퉈 성능이 좋은 AI 모델을 내놓자 이들의 고강도 근무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캐서린 토베케 블룸버그 테크 칼럼니스트는 “미국 빅테크가 AI 분야 최고는 자신들이라며 방심하다 딥시크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AI 개발 인력들은 ‘996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996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의미로 중국 테크 업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문화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996은 축복”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 기술 개발의 속도를 높여주는 데 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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