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34G' 4실점 블론 필승조를 다시 투입하는 뚝심…실패 두려워 않는 호부지의 실험실
[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은 지난 22일, 감독 데뷔전이자 개막전,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2-1의 리드를 잡고 맞이한 8회말, 이호준 감독은 선발 로건 앨런-김태경에 이어 전사민을 투입했다.
전사민은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를 통해 이호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투수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호준 감독은 “주목할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야수에서 김주원, 투수에서 전사민을 꼽았다. 이 감독은 “전사민은 향후 마무리 후보까지 생각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시범경기 기간, 이호준 감독은 “본인이 그만큼 준비를 했고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사민의 공을 보고 심판들이 모두 ‘정말 공이 좋다’고 말한다. 공의 무브먼트는 워낙 좋았다”며 “컨트롤이 관건이었는데, 투수코치와 데이터팀이 많이 논의를 했다. 와인드업 동작 때 잡동작을 버리고 세트 포지션으로 던지는 것으로 교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불펜 투수로서 필요한 주자 억제 능력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주자 나가면 못 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슬라이드 스텝이 제일 빠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호준 감독은 자신의 데뷔전부터 전사민을 8회 필승조 투입 상황에 내보냈다. 그만큼 성장을 믿는다는 의미. 그러나 많이 성장했고 구위가 좋다고 하더라도 지난해까지 1군 34경기에 투입됐을 뿐이다. 대부분 추격조 상황이었다.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66의 성적에 그쳤다. 2023년 5월 26일 창원 한화전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3이닝 세이브였다. 정규시즌 실전, 접전 상황에서 능력은 이제부터 검증 받아야 했다.
22일 개막전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전사민은 최악의 필승조 데뷔전을 치렀다. 선두타자 최원준에게 우전안타를 맞았고 박찬호에게 볼넷을 내줬다. 대타 홍종표를 파울플라이로 처리했지만 계속된 1사 1,2루에서 나성범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호준 감독은 좀 더 전사민을 밀고 나갔다. 하지만 위즈덤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재열이 뒤이어 나섰지만 상황을 진화하지 못했다. 김재열은 최형우에게 역전 2타점 2루타,김선빈에게 적시타, 그리고 한준수에게 스리런 홈런까지 얻어 맞았다. 8회에만 8실점, 전사민이 남긴 주자가 역전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 패전 투수가 됐다. 2-8 충격의 역전패.
이호준 감독은 “원래 김태경을 8회까지 2이닝 가려고 했다. 2아웃 잡고 2이닝 가려고 했는데 투구수가 늘어났다. 좌타자 맞이해서 좌투수 김태현을 쓰고 갈까도 생각했다”라며 고민을 했다고 전하면서 “전사민이 긴장을 많이 했다. 작년까지는 추격조로 나갔다. 한 점차에 KIA 타선이고 9번, 1번, 2번으로 이어져 긴장했다. 잘 던졌으면 순탄했을 것이다”라고 되돌아 봤다.
그러나 이호준 감독은 실패의 경험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NC는 이튿날인 23일도 KIA 토종 에이스 양현종을 공략해 8회말, 5-3의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이호준 감독의 선택은 다시 한 번 전사민이었다. 전사민도 이번에는 달랐다. 선두타자 위즈덤을 투심, 커브, 슬라이더 조합으로 3구 삼진으로 솎아냈다. 최형우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았다. 풀카운트 승부까지 갔지만 포크볼을 결정구로 활용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선빈은 공 1개로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데뷔 첫 홀드였다.
투수진 고민이 많았던 이호준 감독은 경험은 부족해도 현재 컨디션이 좋고 구위 좋은 젊은 투수들을 일단 적극적으로 기용하려고 했다. 결국 뚝심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초보 감독의 패기로 승리를 낚았다. 선발 라일리가 5⅓이닝 3실점(2자책점)을 기록하고 내려간 뒤 김민규(1이닝 무실점), 김태현(⅓이닝 무실점), 손주환(⅓이닝 무실점)이 전사민 앞을 책임졌다. 그리고 이들은 전사민과 함께 모두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한 경기에 4명이 데뷔 첫 홀드를 기록한 것은 최초의 기록이었다.
NC의 전력은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이 전력으로 지난해 통합 챔피언 KIA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이호준 감독은 과감한 기용으로 승리와 동시에 젊은 투수들의 성장과 경험이라는 값진 수확을 얻었다. 그리고 당분간 이호준 감독의 패기 있고 실험적인 기용은 계속될 것이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