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 4기 끝에 한국 컬링 벽 넘었다... 복수 성공한 중국
[박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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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한 한국 선수들 뒤로 중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 박장식 |
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는 23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 여자컬링선수권대회 동메달결정전에서 중국의 '팀 왕루이'에 최종 스코어 4대 9로 패배를 내줬다. 플레이오프에서 샷 감각이 남달랐던 '팀 왕루이'는 동메달로 올림픽 자력 출전권을 따냈다.
중국은 지난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당시 한국에 라운드 로빈·결승전 패배를 차례로 내주며 자신들의 홈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자신들의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한국 홈에서의 세계선수권에서 대한민국이 한 방 맞았던, '하얼빈 리벤지'였다.
'분패' 대한민국, 샷 감각 남달랐던 중국
대한민국은 지난 22일 오후 열렸던 캐나다와의 4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배했다. 레이첼 호먼이 리치가 길어 실패하기 쉬웠던 더블 테이크 아웃 샷에 극적으로 성공하며 승부가 연장전으로 이어진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
선수들 역시 목이 쉴 정도로 열심히 임했던 캐나다와의 경기였지만, 특히 연장전에서 상대에게 스틸을 따내지 못하며 아쉽게 패퇴했다. 선수들은 끝난 직후 눈물을 보이는 등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에서의 패배에 속이 많이 상한 듯한 모습이었다.
반면 중국의 샷 감각은 대회 막판으로 갈수록 남달랐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과 맞붙은 중국은 세계 랭킹 등에서 열세였지만, 이를 극복하는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중국은 세컨드로 나선 동쯔치가 가드 스톤 두 개와 하우스 안 스톤 두 개를 모두 쳐내는 쿼드러플 테이크아웃을 성공하는 등 쾌조의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스킵 왕루이는 10엔드 막판 엄청난 거리의 레이즈 샷에 성공했다. 하우스 바깥 왼쪽에 있는 스톤을 쳐서 하우스 가운데 1번 스톤으로 자리잡은 스웨덴의 스톤을 쳐내 중국의 석 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성공률이 높지 않은 이 샷이 대성공으로 끝나며 중국은 스웨덴의 안나 하셀보리를 2년 연속 집으로 돌려 보냈다.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도 다섯 엔드 연속으로 블랭크 엔드를 가져가며 기회를 노리는 등, 비록 패배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앉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극강의 경기력을 선보인 중국. 한국이 한 경기에서 아쉬운 분패를 당한 사이, 중국은 감각을 끌어올리며 한국에 무시 못할 상대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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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만난 한국 대표팀이 좋은 샷을 투구한 후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왼쪽부터 중국의 장지아이, 한국의 김수지·김민지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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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강릉 대회에서 만났던 왕루이는 "세계선수권에서 우리의 목표는 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에 가는 것"이라며 "개인 실력뿐만 아니라 팀을 위해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런 강력한 목표가 있었던 중국에 반해 대한민국은 '사상 첫 금메달 도전'이라는 강력한 목표가 사라진 상태였기에 취약했다. 실제로 후반 중국이 기회를 잡자, 대한민국은 중국에 급격하게 우세를 내줬다. 대표팀은 7엔드 중국에 두 점을 내준 이후, 8·9엔드에 내리 스틸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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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2009년 강릉 대회와 2025년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에서 열린 여자 세계선수권에서는 꼭 메달을 얻어가는 징크스를 가져가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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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만난 왕루이는 "기분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림픽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라며 "내 자신을 이겨내고 최선을 다했기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 동메달은 시작을 위한 좋은 의미다"라고 돌아봤다.
한국 대표팀과 3패라는 상대 전적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둔 데 대해 왕루이는 "우리 자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하는 것, 한국을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 우리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3주 동안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이어가며 대회 준비에 나섰던 중국은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왕루이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너무 좋았다. 맛있는 음식도 많았고, 집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좋았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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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대한민국 선수들이 대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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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전 패배 이후 깨진 멘탈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어진 경기에서도 전날 경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아이스 변화 파악이 늦은 것 역시 아쉬웠다. 김은지 스킵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이스에 대한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국보다 늦었던 것이 큰 패인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냈던 '팀 레이첼 호먼'을 이겼을 정도로 실력만큼은 금메달 못잖았던 이번 대표팀. 하지만 향후 올림픽 출전에서의 성과, 그리고 메달을 위해서는 계획했던 목표가 어그러졌을 때의 아쉬움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이번 대회 얻었던 뼈아픈 과제가 되었다.
신동호 감독 역시 "큰 대회는 사실 얼마나 냉철하냐, 멘탈 쪽에서의 싸움인 것 같다. 멘탈을 더 자세히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흔들림 없이 가야 하는 부분에서 조금 더 차분해지고, 지금보다 더 많이 더 꼼꼼히져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코치로서도 많이 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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