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연금개혁, '세대갈등'으로 몰고간 정치권...조기대선 변수되나

차현아 기자 2025. 3.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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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연금개악 저지 정치인 연대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24.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18년 만에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야 정치권에선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모수개혁이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등 기성세대만 혜택을 받고 청년들은 사실상 '독박'을 쓰는 개악이라며 여권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30대 이하 젊은 세대 표심을 사전 포섭하려는 전략으로 향후 대선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최근 연금개혁안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연금개악을 저지하자"며 연대를 제안했다.

한 전 대표는 이번 연금개혁안이 청년 세대에게 불리하다며 "내야 할 돈은 천천히 올리고 받을 돈만 즉시 올리면, 내야 할 기간이 짧아져 기성세대의 이득만 커지는 안"이라는 이유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한 전 대표를 포함, 유 전 의원, 안 의원 등은 거부권 행사를 주장한 바 있다.

전날에는 김재섭·우재준·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이소영·장철민·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하람·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등 여야 30·40세대 의원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세대를 설득할 수 없는 안"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추후 국회에 꾸려질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과반 이상을 30·40세대 의원으로 꾸리자는 제안을 내놨다.

지난 20일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내는 돈)을 내년부터 0.5%p(포인트) 씩 8년에 걸쳐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기존 40%에서 내년부터 43%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금개혁 통과 이후에도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기 대선이 본격화될 경우 여권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연금개혁을 주요 의제로 띄울 가능성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히 젊은 유권자 중엔 중도 성향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라고 말했다.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연금개혁 비판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는 것은 '86세대'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이번 국회 통과 개정안에서 민주당은 민주노총과 86세대를 위해 챙길 것을 다 챙기고 나머지는 연금특위로 넘겼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평론가는 "현재까지의 조기 대선 국면은 거대 양당 구도가 그대로 고착화되려는 성격이 강하고, 그 틈을 깨고 지지세를 확대해야 하는 이들 주자 입장에서는 세대 간 대결로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조기대선 국면에서 연금 문제를 중심으로) 민주당을 향해 기득권화됐다고 비판하기 위한 일종의 공동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세대론을 기반으로 한 편 가르기식 접근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연금문제는 모든 세대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향후 진행될 타 직역연금과의 관계 설정 등 구조개혁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 청년, 청소년 등의 목소리를 반영할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복지위 소속 김남희 민주당 의원도 이날 SNS(소셜미디어)에서 "곧 은퇴하는 세대는 올라간 소득대체율의 적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예전 제도에 따라 연금을 받는 것이며, 올라간 소득대체율의 혜택은 청년들에게 돌아간다"며 "청년들이 미래에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국가 지급보장을 명문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통과 등 현안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3.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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