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반대해 미국 공연 거부 선언,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한국에 온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2025. 3. 2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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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테츨라프 5월 내한
1·2일 예술의전당·부산문화회관서
브람스·프랑크 소나타 등 연주 예정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마스트미디어

“공포 영화를 보는 어린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뉴욕타임스 인터뷰)

독일 명(名)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8)는 최근 미 트럼프 행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미국 공연 거부를 선언해 화제와 논란을 모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시아 행보와 우크라이나 비판에 대한 반발이었다. 5월 1일 예술의전당과 2일 부산문화회관의 내한 리사이틀을 앞둔 그는 최근 영상 인터뷰에서 “미국 현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에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공연을 지속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내년 4월까지 취소한 미국 공연만 22회에 이른다. 테츨라프는 14세 때 데뷔한 영재 출신 연주자. 미국에서도 22세 때부터 매년 평균 20여 차례씩 연주해 왔다. 2019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되어서 한국에서도 친숙하다.

노랫말 없이 연주하는 클래식 기악곡은 흔히 가치 중립적 장르로 인식하기 쉽다. 테츨라프는 “물론 음악인은 정치인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음악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자유와 평등, 배려와 공감 같은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베토벤은 당초 나폴레옹에게 이 곡을 헌정하려고 했지만 민주주의 정신을 배반하고 황제에 등극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헌정을 취소했다”고 했다. 테츨라프는 “베토벤·슈베르트·쇼스타코비치는 권력자와 타협하거나 순응하는 어릿광대 역할에 안주하지 않았으며 상상력의 힘이 사회적 권력보다 크다는 걸 보여준 작곡가들”이라고도 했다. 이번 내한 연주회에서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과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들려준다.

유럽 클래식 연주자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며 미국 공연 거부 의사를 밝힌 건 테츨라프만이 아니다. 최근 헝가리 출신 피아노 거장 언드라시 시프(71) 역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믿기 힘든 괴롭힘(bullying)’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미국 연주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시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비판 같은 외교 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시프 역시 이달 말 대구와 서울에서 내한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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