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구속연장 불허 후폭풍…감사원 간부 뇌물 사건 처리 불똥
서울중앙지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으로부터 송부받은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 처리를 놓고 두 달째 고민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구속연장을 두 차례 연거푸 불허하면서 공수처가 수사해 송부한 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이 있는지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법원 결정에 앞서서도 감사원 간부 사건은 공수처와 검찰이 보완수사 주체를 두고 약 10개월간 ‘사건 핑퐁’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24일 윤 대통령 구속연장을 불허하면서 결정문에 “공수처 검사가 송부한 사건에서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하도록 공수처를 설치한 공수처법의 입법 취지”와 “검찰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관하여 공수처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법원은 이튿날 검찰이 다시 신청한 구속기간 연장을 “검찰의 보완수사 시 강제수사 범위에 대해 정확한 규정이 없다”는 취지로 재차 불허했다고 한다.
10개월간 핑퐁 끝 검찰이 맡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연장을 두고 내린 법원의 이 판단이 중앙지검과 공수처의 감사원 뇌물 의혹 사건으로 불똥이 튀었다. 해당 사건은 감사원 3급 간부가 차명회사를 설립해 감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15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사건이다.
공수처는 2023년 11월 감사원 간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해달라며 사건을 중앙지검에 송부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판사·검사·경찰(경무관 이상) 본인과 그 가족에 대해서만 기소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 밖의 고위공직자에 대해선 수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을 송부받은 검찰은 바로 처리하기엔 수사가 미진하다며 추가 증거, 법리 검토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월 공수처에 사건을 반송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반려했다. 보완수사를 어느 기관이 해야 하느냐를 두고 양측의 팽팽한 대립은 10개월간 지속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검찰과 공수처의 수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사건 처분 책임이 있는 중앙지검에서 보완수사를 하기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고 한다. 사건 이첩을 공수처가 거부하는 이상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고, 중앙지검이 보완수사해 처분하는 것밖에 사실상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던 지난 1월 중앙지법이 윤 대통령 구속연장을 불허하면서 공수처의 사건을 검찰이 보완하는 수사 절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전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과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 사건 등 공수처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해 기소한 전례가 있지만, 감사원 간부의 뇌물 의혹 사건은 중앙지법의 새로운 판단 이후 첫 사례인 만큼 검찰의 고심도 깊어졌다.
특히 검찰이 보완수사해 혐의를 밝혀 기소한다고 해도, 재판에서 이 증거 효력을 두고 피고인 측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등 뇌관이 예상된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검찰이 보완수사한 공수처의 사건 피고인 측에서 검찰의 수사 내용을 두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다만 재판부가 받아들일지는 별개”라고 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만약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하게 된다면 어떤 절차를 통해서 어느 정도 범위까지 진행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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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미비... 공수처법 개정필요”
이런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은 결국 입법미비 탓이다. 공수처는 수사 가능 범위에 비해 기소 대상이 제한적인데, 검찰로 송부하는 사건의 보완수사에 대한 법령 근거는 없다. 현행 공수처법 26조는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관한 수사를 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하고, 검사는 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한다. 경찰이 검찰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는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있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공수처법을 보완해서 기소대상 사건 송부대상 사건을 나눠서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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