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이후 최초였는데…팀 패배에 묻힌 고졸 루키의 대기록 "항상 밝은 게 강점" [MD대구]

대구=김경현 기자 2025. 3. 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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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욱./대구=김경현 기자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키움 히어로즈 '고졸 루키' 여동욱이 대형 사고를 쳤다.

여동욱은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개막전 경기에서 7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홈런 1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타석, 그것도 개막전에서 아치를 그렸다. 양 팀이 1-1로 동점을 이룬 2회초, 여동욱이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아리엘 후라도가 택한 초구는 바깥쪽 슬라이더. 크게 떨어지는 볼을 여동욱이 침착하게 골라냈다. 2구는 존 안으로 슬라이더가 들어왔고, 여동욱은 파울을 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3구 147km/h 포심 패스트볼이 높은 곳에 몰렸고, 여동욱은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여동욱의 타구는 120m를 비행해 라이온즈파크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여동욱은 특유의 호쾌한 배트 플립까지 선보이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홈런을 치고 배트 플립을 선보이는 여동욱./키움 히어로즈
여동욱./키움 히어로즈

국내 타자를 기준으로 역대 16번째 데뷔 첫 타석 홈런이다. 신인으로 범위를 좁히면 10번째 기록이 된다.

여기에 개막전이란 조건을 붙이면, KBO리그 역사상 3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 된다. 앞서 조경환(롯데 자이언츠)이 1998년 4월 11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축포를 쏘아 올린 바 있다.

두 번째 사례는 강백호(KT 위즈)다. 강백호는 2018년 3월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첫 타석부터 홈런을 신고, '천재 타자'임을 증명했다. 이때 상대는 2017시즌 20승을 거뒀던 헥터 노에시. 강백호는 풀카운트에서 헥터의 빠른 공을 밀어쳐 솔로 홈런을 만들었다.

강백호./KT 위즈

공교롭게도 여동욱은 '대구' 출신이다. 남도초-협성경복중-대구상원고까지 학창 시절을 모두 삼성의 텃밭에서 보냈다. 경기 전 만난 여동욱은 "고향에 와서 엄마, 아빠도 보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출전을 앞두고 "첫 게임을 하는 그냥 신인의 마음으로 가겠다"라면서도 "스타팅이라도 들면 좋겠다 했는데 막상 또 라인업 보니까 긴장된다"고 했다.

홍원기 감독은 "여동욱은 낙천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기용 이유를 밝혔다. 이를 전해 들은 여동욱은 "감독님 말씀대로 어떤 상황이든 자신 있게 하는 게 저만의 마인드다. 항상 밝은 게 제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구에는 240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처음 겪는 응원 열기에 당황할 법한 상황. 여동욱은 "조금 예민해질 것 같아서 임다연 교수님(목포해양대)이랑 상담도 해보고, 아침에 이야기도 했다. 어떤 상황이든 쉽게 해결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키움이 5-13으로 대패하며 여동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쾌한 마인드를 이어간다면, 한국 야구의 대들보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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