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클럽’ 오른 쿠팡…‘공룡 동맹군’의 반격 뿌리칠 수 있을까

이석 기자 2025. 3.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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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네이버·11번가, ‘쿠팡 독주’ 막기 위한 합종연횡 가속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알리바바 공세 속 ‘쩐의 전쟁’ 승부수는?

(시사저널=이석 기자)

쿠팡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쟁쟁한 유통 재벌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연매출 '40조원 클럽' 가입을 신고했다. 김범석 창업주가 2010년 30억원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설립한 지 14년 만에 거둔 성과다.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2021년 매출 20조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30조원을 넘어섰고,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40조원대까지 도달했다.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정체되거나 하락한 기존 유통 대기업들과 대비된다.   

하지만 김 창업자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경쟁사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유통 공룡인 이마트와 롯데쇼핑뿐 아니라 네이버, 11번가, G마켓,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칼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회사를 설립한 지 14년 만에 매출 40조원대를 돌파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신세계·알리 동맹의 파급 효과에 주목

신세계그룹의 행보가 우선 눈에 띈다. 지난해 그룹 수장에 오른 정용진 회장은 그동안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벌여왔다.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정 회장은 이마트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경영진도 모두 갈아치웠다. 덕분에 이마트의 재무 구조는 많이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은 29조209억원으로 전년(29억4722억원) 대비 1.5% 하락했지만, 4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했다.

적자 탈출에 성공한 정 회장은 현재 또 다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룹 이커머스의 주축인 G마켓과 옥션, SSG닷컴(쓱닷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 동맹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범삼성가 일원인 CJ대한통운에 G마켓 물류를 통째로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쿠팡의 성공 모델인 주 7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과도 손잡았다. G마켓과 SK텔레콤의 멤버십을 연결해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3월2월 G마켓과 옥션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전달 대비 각각 15.4%와 28.8% 증가했다. C커머스의 대표 격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이용자 수가 당시 4% 넘게 감소했고, 쿠팡의 이용자 증가율도 0.8%인 점을 감안할 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의 관심은 향후 신세계와 알리 동맹의 파급 효과에 모아진다. 신세계와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말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었다. 두 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함께 합작법인 울타리 안에 들어가는 게 핵심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번 동맹은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마련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일련의 행보가 쿠팡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알리는 최근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산이 아니라 한국산 제품만 판매하는 오픈마켓인 '케이베뉴'를 오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500조원에 달한다.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현금자산만 100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알리바바그룹의 노림수와 정 회장의 쿠팡 추격 의지가 맞아떨어지면서 쿠팡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알리가 최근 국내 물류센터와 고객서비스센터 건립에 1조44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쿠팡이 3조원의 투자 계획으로 맞받아쳤다"면서 "영업 비용이 증가하면서 쿠팡은 1분기에 반짝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 공룡인 롯데그룹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롯데쇼핑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2020년 사내이사직을 그만둔 지 5년 만이다. 주총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형식적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실적난에 빠진 그룹의 유통사업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신 회장의 복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측도 "신 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선임은 유통 쪽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도 악재

실제로 롯데그룹의 주력 중 하나인 롯데쇼핑은 최근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매출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때 16조원에 육박했던 매출은 현재 13조원대로 쪼그라든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13조9866억원과 47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6.9%나 감소했다. 오너인 신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전 작업은 이미 마친 상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자산재평가를 통해 토지 자산을 10조원 가까이 늘렸다. 부채비율은 190.4%에서 128.6%까지 감소한 상태다.

여기에 주 7일 배송제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자체 쇼핑몰로 무장한 네이버와 11번가, 마켓컬리까지 전쟁에 합세할 경우 쿠팡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김익성 교수는 "로켓배송과 자동화를 확대하는 쿠팡의 사업모델이 대세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유통 생태계가 형성됐다"면서도 "쿠팡의 영업이익률이 아직 1%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인 4.3%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이른바 '쩐의 전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이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쿠팡은 그동안 유통산업발전법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대형마트들은 월 2회 의무휴업과 온라인 배송 제한 규제에 묶여 허덕였다. 의무적으로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공휴일은 문을 닫아야 했다. 이때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장을 봐야 했다. 쿠팡은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승승장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월 2회 적용되던 대형마트의 공휴일 휴업일을 평일에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방안까지 현재 국회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소비 트렌드가 이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태다. 13년 전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법 역시 손볼 때가 됐다"면서 "의무휴업이란 족쇄 없이 훨훨 날았던 쿠팡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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