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헌재의 판단 이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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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헌법재판소만 바라보고 있다.
헌재는 선고 일정에 대해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일정이 지연되면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선고가 길어지는 배경을 놓고 여당은 헌재 내부의 탄핵 반대 기류가 많다고 보고, 탄핵 기각이나 각하에 대한 기대감을 연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헌재의 존재 이유까지 들먹이면서 당장 선고기일을 지정해 1분 1초라도 빨리 윤석열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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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헌법재판소만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 선고 날자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재는 우선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진행한다. 그간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적으로 심리한다고 했으나, 윤 대통령보다 먼저 선고를 내리게 됐다. 쟁점이 단순한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론이 더 빨리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선고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26일로 예정돼 있어 이 시점을 전후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6일까지도 선고일이 지정되지 않으면 4월초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 데드라인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전이다.
헌재는 선고 일정에 대해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일정이 지연되면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는 저마다 헌재 내부 상황을 잘 안다는 소위 '빨대' 소식통을 앞세워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내놓으며 각종 시나리오를 펼치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정치권이 앞장 서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선고가 길어지는 배경을 놓고 여당은 헌재 내부의 탄핵 반대 기류가 많다고 보고, 탄핵 기각이나 각하에 대한 기대감을 연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헌재의 존재 이유까지 들먹이면서 당장 선고기일을 지정해 1분 1초라도 빨리 윤석열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지난 21일 헌재 앞에서 맞불 기자회견도 가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KTX 같은 속도로 졸속 심리를 마구 거듭하던 헌재가 막상 그 결정의 선고는 계속 미룬 채 완행열차처럼 느릿느릿하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덩어리”라고 비판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시기가 점점 늦어질수록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헌재 압박에 당력을 최대치로 모았다.
최악의 국론 분열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의 책임있는 태도와 현명한 자세가 중요하다. 입법부는 최고사법기관의 권위를 흔들어선 안 된다. 헌재는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정치권은 그 판단을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선고의 시기나 방향에 대한 억측과 소모적인 해석은 헌재의 독립성과 판단의 신뢰를 해치는 결과만 남긴다. 이는 결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마저 흔들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 계산이 아니라,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존중이다. 헌재의 시간은 헌법의 시간이기도 하다. 헌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숙고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헌재는 지금 이 시간을 견고하게 지켜내고, 정치권은 헌재가 충분한 숙고 끝에 내릴 결정을 묵묵히 기다리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탄핵 심판 선고 이후에도 정치권은 '승리'와 '패배'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헌재의 결정이 특정 진영의 성패를 가르는 종착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선고 이후 국민들의 후유증을 잘 대처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자.
대한민국호는 지금 거친 폭풍 속에서 해매고 있다. 배를 계속 흔들어댈 것인지, 아니면 목적지를 향해 나가갈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바다는 언제나 거칠고, 항해는 쉽지 않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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