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新 항암제 기술 실마리 제시…CAR-M 생산 성공

최지우 석사후연구원(1저자)이 대식세포를 살펴보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 'CAR-T(카-티)' 항암제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 기술 실마리를 제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은 박지훈 박사팀이 인간 말초 혈액 유래 대식세포를 대상으로 렌티바이러스를 이용, 항암 유전자를 삽입해 'CAR-M(카-엠, 카-대식세포)' 생산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향후 혈액암 외에 고형암 치료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T 세포 치료법'은 환자 면역 세포인 T세포를 신체 밖으로 추출,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후 환자에게 주입하는 기술이다. 일부 백혈병 등 혈액암 치료에는 효과적이지만 폐암 등 고형암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대식세포도 면역 세포 일종이다. T세포는 고형암 내부 침투가 어렵지만 대식세포는 쉽게 침투할 수 있어, T세포 대신 항암제로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다만 기존 대식세포 활용 기술은 항암 유전자 변형이 짧은 기간만 이뤄져 치료 효과가 낮다.

연구팀은 렌티바이러스를 유전자 전달책으로 삼아, 대식세포 손상 없이 항암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어떤 유전자를 렌티바이러스에 심어 다른 세포로 전달할 때, 세포막을 얇게 만드는 양이온성 중합체 '폴리브렌'을 투입하고 강하게 섞어 렌티바이러스의 세포 침투 및 유전자 전달을 높인다.

그런데 문제는 대식세포가 폴리브렌과 만나면 심각한 독성이 생기며 강한 회전 과정에서 구조가 손상되거나 생존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폴리브렌 투입이나 강한 회전 처리 대신, 렌티바이러스와 대식세포의 접촉을 당초 1시간 30분에서 16시간으로 늘렸다. 대식세포 손상없이 렌티바이러스 전파가 잘 일어났다.

이와 함께 대식세포의 분화상태에 따라 유전자 전달효율이 변동됨을 확인했다. 이를 감안해 말초혈액에서 얻은 단핵구가 대식세포로 분화되는 동안 7일을 기다려, 암세포 추적 유전자 전달률을 높였다.

또 렌티바이러스가 어떤 세포로 들어갈 때 표면에서 열쇠 역할을 하는 'VSV-G 단백질'의 코돈을 최적화해 유전자 전달력을 더 높였다. 기존 열쇠보다 다양한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 열쇠를 만들고, 표면에 많이 자라도록 VSV-G 생성 명령어를 바꾼 것이다.

주요 연구진. 왼쪽부터 박지훈 책임연구원(교신저자), 최지우 석사후연구원(1저자).

마지막으로 렌티바이러스에 담겨 전달된 항암 유전자가 대식세포에서 잘 발현되도록 DNA 서열 'EF1a'를 찾아 적용시켰다. 그 결과 대식세포 손상없이 유전자 전달 후 최대 20일 동안 안정적으로 항암 기능을 갖춘 'CAR 대식세포' 생산이 유지됐다.

CAR 대식세포는 효과적으로 특정 암세포를 없애는 모습을 보여줬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B 세포 림프종의 대표적 세포주인 Nalm6와 Raji 암세포를 대상으로 붉은색 형광 단백질을 발현시킨 후, 전자 현미경으로 5일 뒤 확인했을 때 붉은색 부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즉 CAR 대식세포가 대부분의 암세포를 삼켜 파괴한 것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CAR 대식세포의 대량생산 및 고효율 치료 적용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영국 원장은 “기존 CAR T 세포 치료법을 보완해 면역항암 치료 다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1월 '생체 신호 연구(Biomarker Research)'에 게재됐다. 박지훈 박사가 교신저자로, 최지우 석사후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했다. 이 연구는 화학연 기본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공동지원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